미국 대통령의 이동수단으로는 ‘에어 포스 원’(Air Force One·공군 1호기)과 ‘마린 원’(Marine One·해병 1호기), ‘비스트’(Beast)라는 별명이 붙은 비밀경호국 소관의 전용 차량 등이 있다. 에어 포스 원은 해외 순방 때 주로 이용하고 비스트는 단거리 이동 시 활용된다. 일정 거리 이상 이동 시에는 마린 원을 이용하는데 대통령이 타고 내리는 모습이 흔히 노출되는 이동수단이다. 그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린 원에 동승하면서 밀착을 과시하기도 했다. 마린 원은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데 대통령 근접 임무를 수행하는 특성상 해당 부대 장병들은 엄격한 신분조회를 통과해야 한다. 해외 순방시엔 마린 원 2대가 같이 움직이지만 미국 내에선 3~5대가 팀으로 비행한다. 대통령이 탄 헬기는 마린 원, 나머지 헬기는 ‘디코이’(decoy·적 교란용 미끼)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비행기와 장비가 투입된다. 에어 포스 원 2대는 원칙적으로 같이 움직인다. 대통령이 탄 비행기는 에어 포스 원이고, 나머지 한 대는 미끼 역할이다. 전용기 외 다른 비행기도 있다. 마린 원 2대와 비스트 2대, 그리고 경호 차량들을 싣고 이동하는 수송기가 대표적이다. 주로 C-17 기종이 이용되는데 이동수단을 일정에 맞춰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전용기보다 먼저 순방지에 도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오전 에어 포스 원을 타고 김해국제공항에 내린 직후 마린 원으로 갈아타고 경주 보문단지 내 보조 헬기장에 도착했다. 헬기 1대가 먼저 내린 뒤 4분 후 다른 헬기가 착륙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2번째 헬기에 타고 있었다.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비스트로 옮겨 타고 ‘2025 APEC CEO 서밋’이 열리고 있는 경주예술의전당으로 이동했다. 먼저 도착한 수송기 덕분에 가능한 일정이다. 폼나는 명칭은커녕 별명도 없는 수송기가 미국 대통령 해외 순방의 선봉대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