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위원회의 29일 국정감사는 지난 보름 남짓 감사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를 점검하는 종합감사였다. 워낙 파행을 거듭한 터라 정리할 게 있을까 싶었는데, 이 마무리 감사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딸 결혼식을 비롯해 숱한 논란을 낳은 최민희 위원장을 놓고 공방이 이어져 국정감사라기보다 ‘최민희 청문회’에 가까웠다. 야당 의원들은 “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여당 의원들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최 위원장을 엄호하는 가운데, 피감기관 증인들은 과학기술 정책과 현안 대신 청첩장을 받았는지, 축의금을 냈는지를 답해야 했다.
과방위 종합감사가 오늘 하루 더 남아 있고, 몇몇 상임위는 내주까지 감사를 진행하지만, 올해 국감은 이쯤에서 결산 평가를 내려도 될 듯하다. ‘국정’도 ‘감사’도 없었다. 행정부가 하는 그 많은 일을 샅샅이 들여다볼 권한과 자원을 가졌지만, 이렇다 할 폭로도, 눈에 띄는 제언도, 송곳 같은 질의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국감장을 채운 정쟁과 파행은 어느 때보다 수준이 낮았다. 대법원장을 욕보이고, 서로 욕설과 고함을 퍼붓고, “지질한 XX” 하며 유치한 감정싸움이나 벌였다. 그런 모습을 지지층에 보여주려 경쟁하듯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면서 국감장은 거대한 ‘숏폼 세트장’이 됐다.
어느 정치평론가는 이번 국감에 대해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했고, 의원들에게서도 “대한민국 국회가 기능을 다한 것 아닌가 싶다”(여당 의원) “시정잡배처럼 싸우는 게 무슨 국감이냐”(야당 의원)는 한탄이 나왔다. 강성 지지층에만 매달리는 숏폼 정치가 계속된다면, 갈수록 더 큰 자극을 제공해야 조회수가 나오는 유튜브 생리에 따라 내년 국감에선 더한 막장이 연출될 것이다. 정치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제도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 필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것이 올해 국감의 유일한 순기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