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가을의 절정이었던 지난 주말을 교우들과 보냈다. 춘천에 있는 성공회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60여명이 어우러져 예배를 드리고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어른들은 조별로 모여 우리 교회 공동체가 더욱 깊은 관계를 맺을 방법을 토론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어린이는 그런 이야기에 아직은 동참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나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한 문장을 재빨리 적었다. “OO군, 밖에 모닥불 피우는 거 구경하러 갈래요?”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도원 마당에 불꽃이 막 피어오르고 있었다. 선선한 밤공기엔 숲 내음이 가득했다. 호일로 옷을 입힌 고구마는 재 속에서 대기하고, 구워 먹는 치즈는 불자리 바로 옆에서 ‘겉바속쫀’으로 변신하는 중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문제는 준비한 장작이 너무 빨리 타버리는 것이었는데, 수사님께 도움을 요청했더니 거의 드럼통 두께의 통나무 장작을 수레에 싣고 오셨다. 나는 OO군에게 도끼로 장작 패는 걸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금도끼 은도끼의 그 도끼 말인가요?” 목소리에서 설렘이 느껴졌다. 동화가 현실이 되는 밤, 더 친밀한 교회 공동체가 탄생하는 밤이었다.
정혜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