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년 전 출시한 ‘기어 VR’은 헤드셋 기기에 스마트폰을 거치하는 방식이었다.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고 선명해지자 헤드셋 본체에 스마트폰을 올려 눈앞에 화면을 가깝게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엔 가상현실(VR)을 구현하는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생생한 현실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2018년 이후로 삼성전자는 VR 제품을 더이상 출시하지 않았다.
그동안 게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반경을 넓혀온 VR 기기는 스마트폰을 직접 거치하거나 PC를 연결하지 않아도 작동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이어 현실 위에 가상의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지나 지금의 확장현실(XR)에까지 이르렀다. XR은 말 그대로 현실을 확장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물리적 현실과 가상 현실을 오가며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한다.
기술 진화의 핵심은 대중화 전략이다. XR 기기는 여러 대의 카메라, 센서, 스피커 등이 내장돼 있어 무겁고 무선으로 작동하기 어려워 실외에서 사용하기는 불편하다. 실내에서만 쓸 수 있는 특성 탓에 확장성은 크지 않았다. 삼성전자,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은 XR 기기 출시와 단종을 반복하면서 대중화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XR 기기들은 게임뿐 아니라 교육, 업무에까지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XR 기기는 결국 스마트안경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메타는 레이밴과 협업한 스마트안경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안경 프레임에 카메라, 스피커, 마이크가 탑재돼 있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음성 인식도 가능하다. 눈 앞 화면을 영상으로 찍어 실시간 생중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국 알리바바는 인공지능(AI) 안경 ‘콰크(Quark)’를 내놨다. 콰크 AI 안경의 가장 큰 특징은 알리바바 서비스를 모두 탑재했다는 점이다. 결제와 번역, 내비게이션까지 AI 안경으로 구현한다. 알리페이를 지원해 본인 인증과 결제도 한 번에 할 수 있다. 가격은 4699위안(약 66만원)으로 오는 12월 정식 판매를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스마트안경을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구글과 협력해 차세대 스마트안경을 개발하고 있으며 ‘젠틀몬스터’ ‘와비 파커’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현 모바일경험(MX) 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22일 갤럭시 XR 출시 행사에서 “갤럭시 XR을 기획할 때부터 폼팩터(기기 형태) 확장성을 고려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재미있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