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마셔보세요.” 소지품에서 물병을 발견한 경찰이 기자에게 요구했다. 다른 취재진 가방 속에 있던 향수나 미스트 등 액체용품도 모두 검색대 위로 올려졌고, 경찰은 소지자에게 해당 물품을 직접 뿌리게 했다.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물품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2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 옆 미디어센터 입구에선 경찰 10여명이 투입돼 삼엄한 보안검색을 진행하고 있었다.
주요국 정상을 비롯해 경제인, 기자단 등 전 세계 1만여명이 몰려드는 경주는 APEC 준비를 위해 오전부터 진공상태나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경북 전역에는 ‘갑호비상’이 발령됐으며, 경주 시내에 해외 귀빈이 머무르는 호텔부터 주요 행사장까지 곳곳에 경찰병력이 배치돼 경계에 나섰다. 주요국 정상이 입국하는 김해국제공항도 보안을 강화하며 귀빈 맞이를 시작했다.
주요 행사장이 밀집한 보문단지 일대는 전날보다 인력이 더 투입됐다. 인도와 차로 사이에는 안전대도 설치됐다. 주요국 정상이 묵는 숙소는 입구부터 2m 넘는 가림막이 둘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숙소로 알려진 힐튼호텔은 입구뿐만 아니라 바깥까지 경찰인력이 배치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머무를 경주 코오롱호텔에선 일찌감치 도착한 중국 측 관계자들이 경호 상황을 논의·점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코오롱호텔 관계자들은 로비 내부에 빨간 꽃을 배치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머물 예정인 라한셀렉트에서는 경찰견을 데리고 순찰 중인 경찰특공대가 목격됐다.
주요국 전용기가 도착할 김해공항의 군공항 구역은 경찰버스 9대, 사이카 8대, 경찰차 6대 등이 배치됐다. 군공항 검문소로 이어지는 길에는 제복을 입은 군사경찰이 있었다. 출입 차량을 통제하는 군인력은 테이저건을 들고 있었다. 미·중 회담장으로 유력한 군공항 내부의 ‘나래마루’도 준비 작업을 마쳤다. 현장에서 만난 경호원은 “한참 전부터 의전·경호 준비를 마쳤고 일부 청소작업도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민항기가 들어올 민간공항 구역도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였다. APEC 참석자를 위한 제2출국장에 경호인력이 배치됐고, 행사전용 주차장엔 경찰특공대 장갑차와 의전용 차량이 대기 중이었다. 경찰특공대는 주차장 안쪽 귀빈실 주변을 계속해서 순찰했다.
주요국 정상 등 해외 귀빈이 본격적으로 입국하는 29일부터 경주 시내와 김해공항에선 밀착 경호가 이뤄질 예정이다.
경주·김해=박준상 최예슬 유경진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