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김정석 목사)가 28일 제36회 총회 입법의회에서 핵심 개정안으로 꼽힌 ‘감독회장 4년 겸임제’를 부결시켰다. 개정안을 두고 전자투표를 한 결과 찬성 132표, 반대 305표로 현행 4년 전임제가 유지됐다.
기감은 이날 강원도 고성 델피노리조트에서 교단의 최고 법규인 ‘교리와 장정’(장정) 개정을 논의하는 입법의회를 열고 사흘간의 심의 일정에 돌입했다.
입법위원들은 회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장정개정위원회(장개위) 위원장 김필수 목사의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과 전자투표 방식을 두고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이로 인해 예정된 회무가 지연됐다.
감독회장 4년 겸임제는 입법의회 전부터 교단 내 뜨거운 쟁점이었다. 현재 4년 전임제하에서는 감독회장이 담임목사직을 수행할 수 없고 임기를 마치면 은퇴해야 한다. 반면 4년 겸임제가 도입되면 감독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교회 담임직도 동시에 맡을 수 있고 임기 후에도 은퇴하지 않아도 된다.
겸임제 찬성 측은 전임제의 폐해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한 입법위원은 “4년 전임제의 폐해는 명확하다. 책임성이 약화되고 임기 동안만 조직을 소극적으로 운영해 정책적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2008년 감독회장 선거 파행 이후 교단의 선교가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남부연회 소속 위원은 “지난 20년 전임제 동안 감리교회가 쇠퇴했다”며 “전임제 도입 이후 교세 감소 폭이 다른 주요 교단보다 컸다”고 지적했다.
반대 측은 겸임제가 대형교회에 유리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은 “겸임제는 결국 대형교회를 위한 제도다. 감리교는 6700개 교회가 세운 교단인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형교회는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다양성은 감리교의 생명인데 겸임제를 채택하면 다양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위원은 “기감 장정은 자립교회의 이중직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 제도는 기감의 이중직 금지법에 상충한다”고 반발했다.
김정석 감독회장은 최근 입법의회 전 목회서신을 통해 ‘4년 겸임제’에 대해 찬성 견해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김 감독회장의 임기 첫해 입법의회에서 주력 안건이 처음부터 부결된 만큼 감독회장의 리더십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또 입법의회에서는 교회 재산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이 개정안은 종교 목적에 필수적인 부동산만 유지재단에 편입하고 나머지는 개교회가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서울연회 소속의 한 위원은 “2년 전 입법의회에서도 교단 재산을 가지고 교단 탈퇴를 하려는 법안이 압도적인 표결로 부결된 바 있다”며 “10명 중 한두 명이라도 악용하면 이 법을 가지고 교회 재산을 사유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찬성 측은 “현행 장정은 개교회의 모든 재산을 유지재단에 의무적으로 편입하도록 해 개교회의 재산 활용을 제약하고 행정 절차의 비효율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격렬한 찬반 토론 끝에 개정안은 부결됐다. 다만 유지재단에 편입된 부동산에 대해 개교회 및 개인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하고, 편입 재산 관련 분쟁은 유지재단 이사회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는 조항은 별도로 통과됐다.
고성=글·사진 김아영 박윤서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