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8일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에 동승하고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을 함께 시찰하며 견고한 동맹 관계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28일 오전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정상회담과 실무 오찬을 마친 뒤 오후에는 마린원을 함께 타고 40여분간 비행해 도쿄만 남단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를 방문했다. 요코스카 기지는 미 해군이 유일하게 영외에 둔 항공모함 모항이다.
두 정상은 이곳에 정박 중인 핵추진 항모 조지워싱턴함에 나란히 승선했다. 조지워싱턴함은 길이 333m에 승조원 5500명의 탑승이 가능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지난해 미국으로 귀환한 로널드레이건함의 뒤를 이어 11월부터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국 정상의 조지워싱턴함 동반 승선은 동맹에 기초한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함상 연단에 선 트럼프는 주일미군 장병들에게 옆에 서 있는 다카이치를 “일본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라고 소개했다. 트럼프는 “미·일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관계”라며 “태평양에서 평화와 안정의 토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설에 나선 다카이치는 “일본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역내 평화와 안정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결심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일·미 동맹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 양국의 유대가 빛나는 미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의 F-35 전투기에 탑재할 미국산 미사일 인도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위대의 F-35 전투기용 첫 번째 미사일 인도를 방금 승인했다는 사실을 보고해 기쁘다. 이 물량은 예정보다 빠른 이번 주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정상회담에선 다카이치가 미·일 양국의 인기 스포츠인 야구를 활용한 외교 전략으로 눈길을 끌었다. 두 정상은 예정된 시간보다 다소 늦게 회담장에 동반 입장했는데, 다카이치는 모두발언에서 “시작이 늦어 죄송하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방에서 (함께) 야구를 봤다. 1대 0으로 다저스가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 트럼프와 양국 각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고,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다카이치의 발언은 오타니 쇼헤이 등 자국 선수들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소속돼 일본 국민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다저스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다투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캐나다 홈경기 생중계에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등장한 ‘관세 비판’ 광고가 방영돼 트럼프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