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병원, 또 환자 개인정보 부실 관리 불거져

입력 2025-10-28 18:58 수정 2025-10-29 08:47
사진=권현구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이 환자의 민원 처리 과정에서 실명 제공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내 ‘리마인더’ 기능을 통한 환자 정보 무단 수집과 환자 차별 진료 논란이 있었던 서울대병원의 환자 응대 방식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리마인더 관련 지적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2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병원 내 환자 등 민원인 고충처리 부서는 민원 접수 시 환자의 실명 제공 동의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가 알아서 익명 요구를 하지 않으면 민원 내용뿐 아니라 환자 정보까지 진료과에 전달됐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병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대병원 고객상담실은 올해 초 환자 A씨로부터 담당의사 B씨 관련 민원을 접수한 뒤 A씨의 정보를 진료과에 전달했다. 이후 A씨는 진료 과정에서 B씨가 민원 제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고객상담실에서 환자 정보가 전달될 것이라는 안내가 없었다고 말했다.

고객상담실에서 접수한 민원 내용과 환자 정보는 교수진인 각 진료과장 또는 고객의소리(VOC) 담당자가 확인할 수 있다. 환자가 신원이 드러났을 시 진료상 불이익이 있을 것을 우려해 고객상담 부서로 민원을 접수하더라도 피신고자와 민원 처리자가 동일인이거나 긴밀히 연결된 인물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다른 주요 병원은 민원인 정보를 제외한 민원 내용만 진료과에 전달한다. 국내 5대 병원 한 관계자는 “인적사항을 익명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유출됐을 시 환자가 진료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앞서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내 ‘리마인더’라는 기능을 악용해 환자와 보호자 등의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했다는 의혹(국민일보 7월 4일자 8면 참조)이 사실로 확인됐다. 리마인더는 알레르기 반응·항생제 효과를 기록하는 등 진료를 위한 간접 목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환자나 보호자의 개인정보를 포함해 진료와 무관한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기록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환자의 리마인더에는 ‘ZZZ’(쯧쯧쯧이란 뜻), ‘@@@’(또라이) 등 은어가 사용돼 환자에 대한 조롱 및 차별 진료 유발 논란도 불거졌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에서는 리마인더 의혹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김 의원은 “국민들이 의사와 환자의 갑을 관계 속에서 조롱과 무시로 인해 격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원장은 “일부 사용자의 일탈이 있었다”며 “제가 조직문화를 잘못 만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