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불확실성 해소 기회… 李‘실용외교’전세계 이목 집중

입력 2025-10-29 00:05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7일 한·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 개막에 따라 29일부터 한·미·중·일 4국의 교차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개최된다. 미국발 ‘관세 쇼크’와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해소 여부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정부 역시 한반도 경제·안보 상황을 진전시키고, 중·일과의 관계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협력에서 갈등으로 나날이 치닫는 국제질서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외교’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이 대통령은 28일 APEC 정상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경주로 이동했다.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30일 미·중 및 한·일 정상회담이 예상된다. 다음 달 1일엔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북·미 정상 간 회동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을 마무리짓는 것이다. 한·미는 대미 투자방식, 투자금액, 시간표, 손실·이익 공유방식 등 대부분 쟁점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이 담보됐을 때에만 협정에 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이미 협상을 타결한 상황에서 지연만이 능사가 아니란 지적도 있다. 국익을 지켜내는 선에서 양국이 동의할 만한 접점을 조속히 찾아내는 게 경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이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다.

2014년 이후 11년 만에 방한하는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도 난관이다. 한국은 과거 ‘안미경중’(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 노선을 걸어왔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한쪽만 선택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한·미가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약속하자 핵심 기업인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하며 본격 견제에 나선 상황이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핵심 당사자이기도 하다. 최근 서해에 연이어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안보 영역에서도 이해관계가 결부돼 있다. 이에 시 주석과의 첫 만남에서 협력적 관계를 도출하기 위한 이 대통령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일 정상회담 역시 의미가 작지 않다. 수출시장이 축소되는 무역 파고 속에서 일본은 시장 다변화를 위한 한국의 중요 경제 파트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등 양국 관계 발전을 이끌었다. 보수 강경파인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도 이 기류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양자 회담의 가교 역할도 주목된다. 미·중은 무역전쟁의 ‘휴전’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촉진하고 협력적 경제·통상 기조를 반영한 ‘경주 선언’까지 도출한다면 APEC은 성공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