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골프공·노벨상 추천·포드차 전시… 다카이치, 아베 ‘오모테나시’ 전략 재연

입력 2025-10-28 18:43
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8일 골프를 좋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황금 골프공’을 선물하며 환심 사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트럼프를 상대로 펼쳤던 ‘오모테나시’ 전략을 재연해 미·일 밀월 관계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평가된다. 오모테나시는 ‘극진한 접대’를 뜻하는 일본 말이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만난 트럼프에게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금박 기술을 활용한 황금 골프공과 일본 골프 스타 마쓰야마 히데키의 사인이 들어간 골프 가방을 선물했다. ‘골프광’ 트럼프를 겨냥해 맞춤형 선물 공세를 편 것이다. 일본인 최초 메이저 골프대회 우승자인 마쓰야마는 2017년 11월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를 초대했을 때 양국 정상과 함께 골프를 쳤다. 당시 트럼프는 트위터에 골프 회동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다카이치는 트럼프에게 아베가 사용했던 골프 퍼터도 선물했다. 백악관은 다카이치가 트럼프에게 선물을 소개하는 영상을 엑스에 올렸다. 앞서 트럼프가 2019년 5월 일본을 국빈방문했을 때 아베는 트럼프와 골프 회동, 스모 경기 관람을 하며 친밀한 관계를 쌓았다. 뉴욕타임스는 “다카이치가 아베의 전례를 철저히 연구한 듯하다”고 전했다.

선물 증정 후 다카이치와 트럼프는 금빛 자수로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고 새겨진 검정 야구 모자에 각각 서명했다. 트럼프의 정치 슬로건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를 차용한 것이다. 다카이치는 또 내년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에 벚나무 250그루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회담 후 백악관은 다카이치가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카이치는 “짧은 기간에 세계가 더 많은 평화를 누리게 됐다”고 트럼프를 치켜세웠다. 앞서 아베도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트럼프는 올해 자신의 중재로 여러 전쟁을 종식시켰다며 노벨평화상 수상 의욕을 드러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오찬 중 다카이치는 트럼프에게 일본 기업들의 미국 투자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도 선물했다. 회담장 외부에는 미국 포드 픽업트럭 F-150과 미국에서 생산된 토요타 자동차가 전시됐다. 일본 정부가 포드 트럭의 대량 구매 방안을 검토 중인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