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에서 중국 김치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배춧값이 전년보다 크게 안정적인 상황인데도 김치 수입량이 급증했다. 수입량 99%가 중국에서 온다. 국산 김치의 절반 수준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산 김치를 밀어내고 있다. 중국산 김치 의존도가 심화하고, 원산지를 국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사례까지 늘어나면서 소비자 신뢰마저 위협받고 있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김치 수입량은 24만9102t, 수입액은 1억4359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이 가운데 99%가 중국산이다. 반면 수출은 3만6505t에 그쳤다. 수입이 수출의 6.8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수입산 김치는 대부분 외식업체에서 소화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수입 김치는 국내 전체 소비량의 36%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71.2%가 식자재 유통업체를 통해 공급된다. 외식업체 대부분이 이 유통망을 이용하는 만큼 수입 김치의 상당량이 식당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수입산 김치 소비 비중을 보면 식당 3곳 중 2곳꼴로 중국산 김치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수입량(28만6545t) 가운데 62.2%인 17만8327t을 외식업체가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산 김치가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게 된 배경에는 ‘가격’이 자리한다. 국산 배추김치가 1kg당 3600원 수준인데 비해, 중국산은 절반 이하인 1700원 선에 불과하다. 외식업체 입장에서는 수입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단순히 가격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국산 배추 가격은 오히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중순 서울 가락시장 배추 10kg 경락가는 4171원으로 전년 대비 71%, 평년보다 32% 낮은 수준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업체 사이에서는 이미 중국산 김치 사용이 일반화된 상황”이라며 “국산 김치는 인건비와 원재료비 부담으로 공급이 쉽지 않다 보니, 중국산 절임 배추를 수입해 국내에서 양념만 더하는 반가공 방식이 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전했다.
중국산 김치의 확산은 편법 사례 증가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산 절임 배추나 완제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양념만 더한 뒤 ‘국산 김치’로 속여 판매하는 ‘혼합형 김치’가 적잖이 유통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사이 수입 김치의 원산지를 거짓 표시한 사례는 365건, 표시하지 않은 사례는 82건으로 총 447건이 적발됐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외식업체가 수입산 대신 국산 김치로 전환할 경우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김치 바우처’와 ‘국산 김치 자율표시제’ 등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수입산과의 구조적인 가격 격차와 고착화된 유통 구조의 한계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