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비협조’ ‘내부 리스크’ ‘영장 줄기각’… 저마다 장애물

입력 2025-10-29 02:03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이 지난 6월 12일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나며 수사 종반부를 향하고 있다. 각 특검은 주요 피의자들을 구속하거나 재판에 넘기며 나름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저마다의 난관에 봉착하면서 ‘후반전’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건희 특검은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특검으로 거론된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7월 2일 수사 개시 이후 김 여사와 한학자 통일교 총재,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김상민 전 검사,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 14명을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동안 악재가 쏟아지면서 특검 내부에서조차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이달 초 검찰청 폐지에 반발한 파견검사들의 원대 복귀 요청 사태로 홍역을 치렀다. 이를 가까스로 봉합하자마자 양평군 공무원 사망 사건으로 강압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민중기 특검 본인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 수사팀장과 피의자의 과거 술자리 논란까지 덮쳤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을 가장 크게 흔든 건 민 특검 본인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민 특검이 태양광 소재업체 네오세미테크의 비상장 주식에 투자했다가 2010년 상장폐지 직전 매도해 차익을 얻었다는 사실이 지난 16일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오모 전 네오세미테크 대표가 민 특검과 대전고·서울대 동기라는 점을 두고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은 증폭됐다. 민 특검은 지인 소개로 투자했고 증권사 직원 권유로 매도했다고 해명했으나, 주식 매도 시점과 판단 배경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여기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팀장이었던 한문혁 부장검사가 2021년 7월 도이치모터스 사건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술자리를 가졌던 사실까지 폭로됐다. 이 전 대표 측 인사가 지난 13일 특검에 술자리 사진을 보내며 공익제보를 했고, 특검 지휘부는 23일 한 부장검사를 파견해제 조치했다.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으로 수사받던 양평군 공무원 정모씨가 지난 2일 특검 조사 이후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두고는 강압 수사라는 야권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내란 특검은 출범 일주일 만인 지난 6월 18일 3특검 중 가장 빨리 수사를 개시했다. 내란 특검은 구속 기간 만료가 임박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수사 초반부에 추가 기소·구속했다. 3대 특검 중 첫 기소였다. ‘특수통’ 출신인 조은석 특검이 특유의 속도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많았다.

내란 특검은 수사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초반부터 압박 수사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상태였으나 내란 특검은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 등 혐의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석방 4개월 만인 지난 7월 10일 재구속됐다.

현재진행형인 윤 전 대통령 등 핵심 피의자들의 수사 비협조는 내란 특검이 넘어서야 할 장애물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 이후 특검 소환에 대부분 불응했고, 지난 15일에는 자진 출석했으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서는 일부 국민의힘 인사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특검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의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 등 혐의 수사를 위해 한동훈 전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려 했으나 대부분은 불응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도 특검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특검은 박 전 장관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채해병 특검은 ‘1호’ 수사대상이었던 채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속하는 성과를 냈다. 특검은 사건 당시 해병대 1사단에 근무했던 장병 80여명을 불러 조사한 뒤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채해병 특검의 핵심 수사대상으로 꼽히는 수사외압 의혹은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주요 피의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을 거쳐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려던 특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윤 전 대통령은 채해병 특검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다. 앞서 특검은 지난 23일 윤 전 대통령 소환을 예고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불응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도피성 호주대사 임명’ 관련 추가 조사를 한 뒤 윤 전 대통령 조사에 재차 나설 계획이다.

3대 특검의 수사는 11~12월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채해병 특검은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마지막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28일 브리핑에서 “수사기간이 11월 28일로 연장됐다”며 “남은 한 달 동안 수사를 마무리하고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은 다음 달 14일과 28일까지 수사기간이 남아 있고, 이 대통령의 승인이 있으면 각각 30일씩 연장할 수 있다.

구자창 양한주 이서현 신지호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