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한국 주요 기업들의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이는 ‘K-테크 쇼케이스’ 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첨단 투명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스크린을 활용한 LG전자의 초대형 샹들리에, 세계 최초로 공개된 삼성전자의 ‘두번 접는 스마트폰’ 등 세계 정상들과 경제 리더들을 사로잡을 혁신 기술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경주엑스포대공원 옥외 특별관(에어돔)에 설치된 ‘K-테크 쇼케이스’는 28일 개막 직후부터 전세계 기업인과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2025 APEC CEO 서밋’의 공식 부대행사로, 한국의 디지털 리더십과 미래 기술 역량을 선보이는 자리다. 약 500평 규모 전시관 내부에는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미국 메타 등 국내외 기업들이 자사의 최신 기술을 집약한 화려한 부스를 차리고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는 두 번 접히는 스마트폰인 ‘트라이폴드폰’의 실물을 최초 공개했다. 실물을 직접 만져볼 수는 없지만, 투명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너머로 접힌 형태와 펼쳐진 형태의 트라이폴드폰을 나란히 전시해 대략적인 제품 두께와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접는 부분의 힌지(경첩)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화면을 모두 펼치면 10인치 대형 화면이 된다. 제품의 구체적인 사양은 이르면 다음 달 말 공식 출시 행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국인 관람객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태블릿PC와 비슷한 크기 때문에 휴대전화라는 사실을 듣고 놀라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출시한 무선·투명 TV 28대를 활용해 초대형 샹들리에를 내놓았다. 77형 ‘시그니처 올레드 T’가 아래로 길게 늘어진 형태의 조명을 둥글게 둘러싸도록 구성했다. 화면에는 별이 쏟아지는 모습이나 깊은 바다, 스테인드 글라스 등 다양한 영상을 표출하면서 중앙에 위치한 빛과 영상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대형 패널들이 움직이는 장면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올레드 디스플레이 특유의 슬림한 측면 디자인도 두드러졌다.
SK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통신 인프라를 결합한 AI 생태계 핵심 기술을 선보였다.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데이터센터 열을 식히는 SK 엔무브의 액침냉각 기술,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보안 기술 등 첨단 반도체 솔루션 기술력을 부각했다. 메타의 경우 레이밴과 협업해 제작한 스마트글래스를 중심으로 체험형 전시를 내세웠다. 관람객들은 스마트글래스를 쓰고 AI 기반 영상 촬영과 실시간 스트리밍 기능 등을 경험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이날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전시관을 찾아 직접 메타의 스마트글래스를 써보는 등 각 회사의 부스를 꼼꼼히 돌아봤다.
경주=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