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월세, 10년 만에 최고… 빨라지는 ‘월세화’

입력 2025-10-29 00:41
연합뉴스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아파트 월세 가격이 2016년 통계 작성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27 대출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전세대출 요건이 강화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는 KB국민은행 월간 시계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수도권 아파트의 월세 상승률은 6.27%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7.80%로 가장 높았고 서울 7.25%, 경기 5.23%였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서울 2.08%, 경기 0.99%, 인천 0.39%로 나타나 월세가 상승률과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 상승은 2020년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16~2019년 해마다 0.18→0.21→-0.17→-0.49%로 소폭 변동이 있었으나 2020년 1.00% 상승했고 이듬해 4.26% 뛰었다. 당시 초저금리와 임대차 2법(계약갱신요구권·전월세상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초저금리 시기에 진입하자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졌다. 집주인들로선 낮아진 이자수익 대신 월세를 올려 받는 게 낫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시작된 임대차 2법으로 계약갱신이 늘면서 전세물건은 대폭 감소했다. 전세난 공포로 세입자들이 조기 갱신·선점에 나서며 전셋값을 끌어올린 측면도 있다. 이 시기 전셋값은 2020년 4.52%, 2021년 10.38% 오르며 월세보다 상승 폭이 컸다. 폭등한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몰리며 월세 가격도 따라 올랐다.

2022~2023년 금리 인상기에 전세는 뚝 떨어진 반면, 월세는 상승을 유지했다. 코로나19로 풀렸던 유동성이 급격히 회수되는 과정에서 수도권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역전세 대란이 발생해 전셋값 상승률은 2022년 0.04%, 2023년 -6.66%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 상승률은 2022년 5.54%, 2023년 5.25% 각각 올랐다.

이후 월세가는 지난해 4.09%, 올해 6.27%로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와 임대차 2법으로 인한 전세물건 감소가 누적됐고, 금리 인하로 임대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맞물리면서다.

수도권 내 아파트 월세 거래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도권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44.9%로 최근 5년(1~8월 누계) 평균 40.1%를 웃돌았다. 서울도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이 43.9%로 5년 평균(39.6%)보다 4.3% 포인트 증가했다. 정부가 ‘갭투자’로 인한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월세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정책에 따라 필연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주거 약자를 구제할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