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정상외교 슈퍼위크 본무대를 위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넉 달 가까이 이어진 관세협상의 최종 타결을 시도하는 등 릴레이 정상외교의 험로에 돌입한다.
전날 말레이시아에서 귀국한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일정을 잡지 않은 채 이번 주 열리는 미국, 중국, 일본과의 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개막식에서 특별연설을 하는 것으로 경주 일정을 시작한 뒤 같은 날 취임 후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에 나선다.
미국의 대대적인 압박 속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마무리할 수 있느냐가 국민적 관심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성상 정상회담이 열려봐야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양국 간 이어진 ‘보복의 악순환’을 이번 계기에 끊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내달 1일과 오는 30일 각각 예고된 한·중 및 한·일 정상회담도 이 대통령 실용외교의 본고사가 될 전망이다. 미·중 간 전례 없는 갈등 속에서 열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혐한령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던 한·중 관계의 반전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 보수 강경파인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전임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형성한 ‘신뢰 자산’을 이어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면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최대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실현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체류 기간 연장까지 불사하며 북한에 시도 때도 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극적 성사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경주=최승욱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