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의 동시 지방 국빈방문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아 공항 영접에 나서는 정부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국 정상이 한꺼번에 모이는 자리인 만큼 국빈의 환대 예우와 의전 수준은 외교적 함의가 크다. 특히 미·중 G2는 사소한 의전조차 자존심 대결로 번질 수 있어 공항 영접 인사의 급부터 경호 인력 규모, 동선과 의전 수준까지 세밀한 조율이 요구된다.
28일 정부 소식통은 “미·중은 특히 정상의 해외 방문 시 경호·의전에 요구 사항이 다양하다”며 “각국이 요구사항을 알려주면 정부가 검토 후 대개 수용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0일 방한한다. 경호 통제권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경호 인력 규모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상대국이 불편해할 수 있다. 게다가 양국 정상회담까지 경주에서 예고된 상황이어서 정부도 사전 조율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중 정상 입국 시 공항 영접을 맡는 인사 역시 외교적으로는 의미가 있다. 국빈방문 때는 통상 외교부 장관이 공항 영접에 나선다. 대통령은 주로 청와대나 대통령실에서 정상을 맞이해 왔다. 2014년 7월 시 주석 내외가 첫 국빈 방한했을 당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부부 등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들을 맞았다. 이번에도 조현 외교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할 가능성이 크다. 한 외교 소식통은 “유동적인 상황이지만 국빈 예우 관례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APEC이 열리고 있는 경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반길 예정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국빈 방한 중인 타국 정상을 맞이하는 건 이례적이다.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도 전용기가 도착한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는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나갔지만, 뒤이은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일정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깜짝 마중’을 나간 바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의 동시 방한 조율 과정에 대해 “쉬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양 국가의 정상 두 분 다 자부심이 강한 분들이어서 균형을 맞추는 문제도 있고, 보안 문제나 경호 문제 등 디테일에 있어서 손볼 부분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주요 정상에게 제공할 선물 선정에도 심사숙고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특별제작한 경주 금관 모형을 트럼프 대통령의 선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주=최예슬 이동환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