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에 대한 세간의 기대감은 4년 만에 가장 크게 부풀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역풍’을 맞이한 당국자들은 이날도 대국민 사과를 이어 나갔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달보다 10포인트 오른 122로 집계됐다. 125에 이르렀던 2021년 10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1개월 사이 상승폭 역시 2022년 4월(10포인트)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주택가격전망지수란 1년 후 집값이 현재보다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소비자의 전망을 나타낸 수치다. 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조사기간 집값 상승을 예측한 소비자가 하락을 예측한 소비자보다 많았음을 뜻한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벌써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집값이 더 오른다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치솟은 아파트 가격이 이 같은 기대감 확대를 초래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46% 올라 상승폭이 올해 들어 가장 컸다.
다만 한은은 조사기간 도중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지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조사 첫날이었던 14일 응답의 75%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10·15 대책 발표 이후 공직자들의 ‘사과 릴레이’는 이날도 되풀이됐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재건축 추진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집값 관련 실언으로 사퇴한 이상경 국토부 1차관에 대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공직자가 정책을 입안·실행하고 발언할 때는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 차관은 10·15 대책 발표 직후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는 발언에 이어 갭투자 논란이 확산되자 사퇴했다. 국토부는 대변인 역시 해당 사태의 연장선에서 문책성 대기발령 조치를 한 상태다.
김 장관은 후임 1차관 인선에 대해 “하루빨리 1차관과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임명해 국민들이 주택 공급에 대한 집행력을 걱정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불붙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면 국토부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의재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