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인공지능(AI) 생태계의 ‘두뇌’ 역할을 하는 데이터센터 ‘각 세종’. 지난 27일 세종특별자치시에 자리잡은 센터 정문에 서자 8만9000평 광활한 부지 위에 세워진 거대한 회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해 온 ‘장경각’에서 이름을 딴 각 세종은 급증하는 AI 수요에 발맞춰 2028년 2차, 2029년 3차 확장을 앞두고 있다. 계획된 6차 증설까지 마치면 국립중앙도서관 전체 데이터의 100만 배인 65엑사바이트(EB)를 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탄생하게 된다.
각 세종 곳곳에는 국내 최초 AI 데이터센터를 만든 네이버의 기술력이 담겼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들어선 핵심 공간 서버실은 자연 바람을 활용하는 공조 시스템 ‘나무-Ⅲ’가 적용돼 365일, 24시간 22~26도를 유지한다. 데이터센터를 오가는 관리 로봇 ‘가로’와 ‘세로’(사진)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버 랙 높이인 3.2m에 맞춰 설계된 세로는 서버 위치를 스스로 인식하고 작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공간까지 운반 작업을 수행한다. 서버실과 창고를 오가는 가로는 400㎏에 달하는 고중량 장비를 싣고 최대 초속 2m로 주행이 가능하다.
‘멈추지 않는’ 데이터센터를 위해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각 세종은 지상 1·2층에 서버실, 지하에 무정전전원장치(UPS)실과 배터리실을 둬 완전한 이중화 구조를 구현했다고 한다. 이상준 네이버 최고정보책임자(CIO)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같은 상황 발생 시 복구까지 걸릴 시간을 묻는 질문에 “이중화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복구와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원자력발전소와 동일한 수준의 내진 설계를 적용하고 방수총과 열화상 카메라, 스프링클러 등 화재 대응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등 예측할 수 있는 모든 재난 상황을 대비했다는 게 네이버 설명이다.
네이버는 각 세종에 구축한 안정적 인프라를 기반으로 ‘서비스형 GPU(GPUaaS)’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GPUaaS란 고성능 GPU 서버를 기업 고객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한국은행,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GPU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 CIO는 “AI 인프라의 경쟁력은 GPU를 얼마나 확보하는지를 넘어 확보한 자원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하는지에 달려있다”며 “(데이터센터가) 특정 기업의 자산을 넘어 산업 전반의 성장 기반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