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게 한 1등 공신은 내수였다. 소비쿠폰 등 정책 효과에 힘입어 민간소비와 정부소비가 모두 증가하면서 성장률을 견인한 것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어진 수출 호조도 도움이 됐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3분기 실질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2% 상승했다. 한은이 지난 8월 제시한 전망치 1.1%보다 0.1% 포인트 높다. 다만 이는 속보치로 추후 잠정치·확정치가 발표될 때 달라질 수 있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1.2%)를 기점으로 2분기(-0.2%)와 3·4분기(각 0.1%), 올해 1분기(-0.2%)까지 0% 선을 넘나들다 2분기(0.7%) 상승세로 전환했다.
내수 중에서도 1.3% 증가한 민간소비의 기여도가 뚜렷해 성장률을 0.6% 포인트 끌어올렸다. 민간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 0.2% 포인트, 4분기 0.1% 포인트, 올해 1분기 -0.1% 포인트, 2분기 0.2% 포인트로 저조했는데 3분기에 급등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소비쿠폰이 큰 영향을 줬다”면서 “7월 지급된 1차 소비쿠폰이 음식점과 병원, 안경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였다. 정확한 효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민간소비 증가에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부소비도 1.2% 증가해 성장률 상승에 0.2% 포인트 기여했다.
건설투자는 0.1% 감소했다. 그간 상황이 몹시 나빴는데 다소 누그러졌다. 건설투자의 성장률 기여도는 지난해 1분기(0.7%)를 끝으로 올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는데 3분기 0%로 중립이 됐다. 설비투자는 2.4% 증가해 성장률에 0.2% 포인트 기여했다. 지난 2분기(-0.2% 포인트)와 비교하면 성장률 기여도가 0.4% 포인트 개선됐다.
순수출은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맞물려 1.5% 증가했지만 성장률 기여도는 0.1% 포인트에 그쳤다. 재화와 서비스 수출의 성장률 기여도는 0.7% 포인트인데 공제 항목인 수입이 0.6% 포인트 끌어내린 결과다. 이 국장은 “순수출 증가는 기본적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에 기인한 것”이라면서 “한국 기업이 (관세 불확실성이 없는) 미국 외 다른 국가로 수출을 늘리려고 한 노력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다만 4분기부터는 소비쿠폰의 효과가 줄어드는 데다 미국의 수요도 둔화해 성장률에 훈풍이 계속 불지 미지수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2·3분기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은 4분기부터 주춤할 것”이라면서 “향후 성장 경로의 관건은 건설과 설비 등 투자에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다음 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한다. 제2차 추경과 소비쿠폰 효과를 지켜보며 지난 8월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0.9%를 조정할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이의재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