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PEC까지 몰려간 ‘혐중 시위’… 국익 훼손 행위 차단해야

입력 2025-10-29 01:20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에서 ‘혐중 시위’를 벌여온 극우단체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내려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맞춰 시위 무대를 옮기는 것이다. APEC 기간에 13개 단체가 16건의 경주 도심 시위를 신고했는데, 이중에는 극우단체의 2000명 규모 집회·행진 등이 포함됐다.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 명동과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대림동 등지에서 혐오와 차별의 구호를 외치던 이들이 국가적 이해관계가 걸린 국제행사에서까지 목소리를 드러내려 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이렇게 음모론에 기댄 혐오와 차별은 그 폐해를 방관할 수 없다. 경찰 등 사법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이 혐중 시위는 과거의 반중 시위와 판이한 성격을 가졌다. 중국의 동북공정,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한한령 등 구체적 사안에 목소리를 내던 전례와 달리 괴담 수준의 음모론에 근거해 막연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경찰이 최근 대응 방안을 수립하며 ‘허위정보 유포 단속 태스크포스’를 꾸렸을 만큼,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음모론과 악의적 사실 왜곡이 시위의 배경이 됐다. 지난겨울 계엄·탄핵 정국에서 난무했던 ‘중국인 간첩 99명’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 등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재생산되며 혐중 시위란 형태로 나타난 것일 수 있다. 음모론이 거리에서 공공연히 표출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APEC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근절하고 원인을 제거해 확산을 막아야 하는 문제다.

지난주 이주민 관련 단체들이 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혐중 시위의 모욕적 구호가 인종차별과 인권침해의 수준에 이르렀다”며 실효성 있는 방지책을 촉구했다. 지난달에는 명동 상인들이, 또 서울시교육감과 구로구 학생들이 이런 혐오를 멈춰 달라고 거리로 나가 호소했다. 이미 시민들이 일상에서 견디기 힘든 피해를 당하는 지경이 됐다. 극단적 음모론 세력이 외교 행사에서 국익을 훼손하는 일을 막아야 하며, 혐오의 구호로부터 시민의 거리를 지켜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