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불가능… 정상적 이웃으로 가야”

입력 2025-10-29 01:21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6월 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북핵 문제의 해결은 서태평양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힘의 균형이 무너지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처럼 한국이 북·미 간에 이뤄지는 균형을 믿고 생존하는 것은 취약한 안보 구조로, 남은 선택은 미국의 핵우산에 한국의 잠재적 핵능력을 보합시켜 새로운 한반도의 핵 균형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5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로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던 송 전 장관은 28일 발간한 저서 ‘좋은 담장 좋은 이웃(사진)’에서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갔다고 보면서 그 근거로 미·중 대립 등 국제 환경 변화를 꼽았다.


그는 “미국은 북핵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관여시키는 대타협에 수반될 위험 부담을 감내하기 쉽지 않고, 중국 역시 미국을 믿고 북한을 설득하는데 전력을 쏟기 어렵다”며 “미·중은 북핵 해결을 위한 핵심요소 2%가 빠진 게임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중을 설득해 북핵 해결, 한반도 평화 꿈을 이어왔는데 그 꿈은 강대국의 정치 생리와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핵화 가능성을 믿는 국내 일각의 견해에도 “북극성을 좌표로 노를 젓는 뱃사공이 배가 실제로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 전 장관은 그동안 한국은 여러 정부에 걸쳐 ‘교류·협력-비핵화-평화체제-통일’ 등 적극적 평화를 추구했지만 상호 안보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는 ‘분단 인정-힘의 균형-안정과 공존’이라는 실현 가능한 소극적 평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공존은 “김정은이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가 아니라 안정 속에 공존하는 ‘정상적 이웃’ 관계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상적 이웃’ 전략은 대립 관계를 관리하고 건설적 미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며 “자신감 있는 힘의 균형을 바탕으로 차가운 평화를 유지하면서 점차 따뜻한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소개했다.

송 전 장관은 차가운 평화 정책은 무엇보다 남북 간 안정적인 군사적 균형을 필요로 하며, 잠재적 핵능력을 통해 한반도 내에서 핵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잠재적 핵능력이란 핵비확산(NPT) 체제 내에서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기본 요소들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에 결정만 하면 단기간 내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상태다. 그는 잠재적 핵능력이 의존적 자세를 줄이고 자립적인 길인 동시에 남북이 서로 실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관문이라고 평가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