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지역의료 살리기 출발점 돼야

입력 2025-10-29 01:10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9개 국립대학병원의 보건복지부 이관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을 일원화된 관리체계로 묶어 지역 거점병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지방의료의 현실은 심각하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국립대병원의 병상당 의사 수는 0.36명에 불과하다.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0.60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유방암 진단 장비 노후화율은 37.1%로 서울 대형병원(4.3%)과 격차가 심하다. 중증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가고, 지역 의료 공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도권 ‘원정 진료’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4조원을 넘는다.

국립대병원은 지역 거점의료의 마지막 보루이자 공공의료의 핵심 기관이다. 그러나 교육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이라 의료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인사·예산 규제에 묶여 있다. 복지부 이관은 이런 경직성을 풀고 의료정책과의 연계성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타당하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복지부와 교육부가 9개 병원을 순차적으로 방문해 설명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교수 신분과 연금, 연구·교육 기능의 유지 등 현장에서 제기되는 우려에 대한 세부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국립대병원의 경쟁력은 진료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의 선순환 구조에서 나온다. 이를 훼손한 채 행정 효율만 내세운다면, 이관의 명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복지부 이관은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라 지역의료 재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정부는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국립대병원을 지역의 중증·고난도 진료를 완결할 수 있는 공공의료 컨트롤타워로 세워야 한다. 의료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에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일, 그것이 이번 개편의 진짜 목표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