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위기 극복 게임체인저 ‘AX 개발’… 대구, 기회 얻었다

입력 2025-10-30 02:10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5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에서 관람객들이 휴머노이드(로봇) 복싱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와 대구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사업비 5510억원을 투입해 로봇·바이오 분야 등에서 AI 전략분야 핵심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대구시 제공

인구 감소, 청년 유출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는 지방을 다시 살릴 게임 체인저로 인공지능(AI)이 떠오르고 있다. 대구는 정부의 ‘지역거점 AX(AI 전환) 혁신 기술개발 사업’ 4대 거점 중 한곳으로 선정되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대구의 AI 전환 성공이 지방 위기 극복을 넘어 한국의 AI 강국 도약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AI·로봇 수도 대구 첫발

최근 대구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타운홀 미팅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AI 산업 육성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당시 행사에 동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 발언에 앞서 대구를 AI·로봇 수도로 만들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앞서 제2의 판교를 노리는 대구 수성알파시티에 AX 연구개발 허브를 조성하는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결정했다. 전국 4개 거점 중 한곳으로 대구를 선택한 것이다. 정부와 대구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사업비 5510억원을 투입해 로봇·바이오 분야 등에서 AI 전략분야 핵심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 보건복지부, 대구시가 힘을 모은다. AI 원천기술에 강점을 지닌 과기정통부는 AX 표준모델 개발을, 현장 중심 기술개발에 강점을 가진 산업부와 복지부는 AX 응용 솔루션과 제품개발을 각각 담당해 대구를 거점으로 한 AX 선도모델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대구시는 과기정통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사전 적정성 검토(사업규모 적정성 등) 등 후속 절차에 공동 대응하고 범부처사업추진단을 구성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수성알파시티는 비수도권 최대 정보통신·소프트웨어(IT·SW) 집적단지로 영남권 주요 국가산업단지와 1시간 이내 접근 가능한 지리적 이점을 갖추고 있다.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경우 2030년까지 AX 전문기업 집적과 인력 유치를 통해 매출액 9조1200억원, 입주기업 1000곳, 종사자 2만명 고용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AX 혁신 R&D 센터’ ‘디지스트 글로벌 캠퍼스’ ‘산업AX연구원’ 등이 수성알파시티 일대에 조성되면 대구가 대한민국 AI 3대 강국 실현을 주도할 수도 있다. 대구시는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로봇·바이오산업은 물론 뿌리산업부터 기계·자동차 부품,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 분야에 AI 기술을 도입해 AI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도시로 도약할 계획이다.

글로벌 혁신기술 거점 도약 ‘FIX’

대구 엑스코에서 지난 22~25일 열린 ‘2025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픽스)가 AI·로봇 분야 기술과 인프라를 선도할 대구의 중요한 자원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2회째인 행사에 11만50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기업 585곳이 2000여개 부스를 운영했다. 해외 참가 기업이 117곳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또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 글로벌 3대 전시회에서 선보인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복싱, 샤오펑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등의 혁신 콘텐츠가 소개되는 등 박람회 수준도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연계한 수출상담회를 통해 북미, 유럽 등 구매력이 높은 바이어 초청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B2B) 전시회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확인했다. 현장상담액이 21억7800만 달러(3조1200억여원), 계약추진액이 7억9000만 달러(1조1300억여원)에 이른다. 타운홀 미팅을 위해 대구를 찾은 이 대통령이 FIX 행사장을 깜짝 방문해 박람회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AI·로봇, 미래 성장 동력… 대구 대표하는 산업될 것”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사진)은 29일 AI와 로봇이 대구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고 인프라를 확보한 것이 기회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AI와 로봇이 대구를 상징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 대행은 정부가 대한민국 AI 3강을 위한 AX의 주요 거점으로 대구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를 대한민국 AI·로봇 수도로 키우는 것이 이번 정부의 대구 1번 공약”이라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대구 타운홀 미팅에서도 AX 핵심 인프라 구축과 AI·로봇 초격차기술 확보 등을 위한 정부의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예타 면제가 결정된 지역거점 AX 혁신기술 개발 사업이 AX의 신호탄”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행은 대구가 그동안 구축한 인프라가 AI와 로봇산업 대전환을 이룰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수도권 최대 IT·SW 관련 기업 집적지 알파시티 조성,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건립, 글로벌로봇클러스터 조성,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지정,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유치, AI로봇 글로벌혁신특구 지정, 제조업 AI 전환 추진 등 그동안 차곡차곡 준비한 사업과 시설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구가 강점을 가진 로봇과 치의학은 물론 뇌·AI융합 등 바이오·헬스케어 신산업 분야에서도 AX 혁신기술 개발이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며 “더 나아가 기존 제조업을 포함한 지역산업 전반에 AX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도 대구의 기술 자산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대행은 “AI모빌리티, AI반도체 신기술, 소버린AI 등 글로벌 혁신기술을 접하고 AX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지역 산업 현장에서도 AX를 새로운 시대의 필수전략이자 도약의 발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