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공동체 언어로 된 성경 갖고 있다” 37%뿐

입력 2025-10-29 03:01
영국성서공회 폴 윌리엄스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세계 성경 인식 태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효과적인 성경 보급과 선교 전략을 세우기 위한 세계적 규모의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서울총회 둘째 날인 28일 오전 글로벌 성경 연구 프로젝트인 ‘파트모스 이니셔티브’가 ‘세계 성경 인식 태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성서공회와 세계성서공회연합이 주도한 이 연구는 갤럽 주도로 2023~2024년 150개국 9만1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갤럽은 사회·종교적 특성에 따라 ‘다단계 층화 군집 표집’을 통해 표본을 추출했고 대면·전화 인터뷰, 온라인 패널 조사를 통해 결과를 집대성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81%는 신이나 초월적 존재를 믿는다고 응답했고 69%는 종교가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또 35%가 성경을 더 배우고 싶다고 했으며 이 중 약 2억4000만명은 비기독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언어로 된 성경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7%에 그쳐 성경 번역과 보급의 필요성이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온도 차도 확연했다. 파트모스 이니셔티브는 전 세계를 클러스터1(아프리카 사하라 일대) 클러스터2(남동부 유럽) 클러스터3(북아프리카·중동) 클러스터4(라틴아메리카) 클러스터5(호주·뉴질랜드) 클러스터6(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클러스터7(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으로 분류했다.

클러스터6의 경우 56%가 ‘성경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해 복음 접근성이 가장 낮았고 클러스터7은 91%가 종교를 삶의 핵심으로 여기며 신앙 열정이 가장 높았다. 반면 클러스터2·5는 ‘종교가 일상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비율이 40%에 그쳤다.

영국성서공회 폴 윌리엄스 대표는 “이번 조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성경 인식 연구로 성경 보급과 선교에 새로운 전략 수립의 자료이자 그 중요성을 다시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서는 박해받는 지역 신앙인들의 고백도 있었다. 이들은 “침묵은 공범”이라고 규정하며 교회가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방글라데시 전국기독교연합 사무총장인 마르다 다스 목사는 개종한 여성이 집에서 쫓겨나거나 10대 소녀가 같은 이유로 2년 동안 방에 갇혀 학교에 가지 못한 사례를 털어놨다. 그는 “이런 일이 벌어져도 피해자들은 가족의 수치가 됐다는 두려움이 커 교회에조차 말하지 못한다. 침묵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이라고 말했다.

아이린 키바겐디 범아프리카기독여성연합 사무총장은 “납치와 강제개종, 성폭력과 강제 임신이 반복된다”며 “임신한 채 돌아오면 가정도 교회도 받아주지 않아 결국 이방인이 된다”고 전했다.

WEA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우크라이나의 올렉산드르 일라시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믿음을 가진 이들이 전 세계에 있고 오늘 우리를 위해 기도해준 것이 큰 위로가 됐다”면서 “3년째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집을 잃고 가족이 흩어지며 교회가 파괴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쟁이라는 거대한 산도 기도로 옮겨질 걸 믿는다”고 전했다.

장창일 손동준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