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교 새 길 모색 “해외 교회 통해 접근”

입력 2025-10-29 03:05
2025 한국교회 통일선교포럼 참석자들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들레헴성전에서 ‘복음 통일’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북한 내 외국 단체들마저 대부분 철수한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해외 교회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접근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한국교회통일선교교단협의회(한통협)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2025 한국교회 통일선교포럼을 열고 이 같은 논의를 진행했다. 한통협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 예장합동 통일목회개발원, 기독교대한감리회 서부연회 등 12개 주요 교단 통일 관련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한통협 회장 김찬곤 안양석수교회 목사는 환영사에서 “닫힌 북한 문을 여는 새 길로 세계 각지에 흩어진 한인 교회들과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규영 서강대 명예교수도 기조 발제에서 국가 중심의 통일 논의에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NGO, 재외동포 등 민간 연결망이 한반도 통일을 앞당길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북한 장마당 같은 주민들의 자생적인 비공식 영역 역시 외부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향후 10년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를 국제 연대의 발판으로 삼고 흩어진 통일선교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 과제로는 국제법 및 외교 전문 인력과 AI 기반 정세 분석 시스템을 갖추고 다양한 통일 시나리오에 대비한 매뉴얼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네트워크 전략을 구체화하며 정종기 전 아신대 교수는 통일선교의 대상과 방식 모두에 대한 인식 전환을 제안했다. 그는 “북한은 동족이면서도 다른 문화권이다. 탈북민을 난민이자 이주민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을 해야 한다”며 “선교 초점도 기존 탈북민 중심에서 100배 많은 2500만 북한 내지 주민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인의 직접 접근을 막는 상황에서 제3국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인을 동원하고 훈련하는 우회 전략을 제시했다.

해외 한인 교회들은 현지 외국인 선교 자원을 발굴·연결하는 다리 역할로 주목받았다. 최대 규모의 한인 교회 네트워크를 가진 북미 지역은 한국과 세계 교회를 잇는 중재자로, 브라질과 칠레 등 남미 한인 교회는 현지 외국인들의 북한 선교 참여를 독려하는 파트너로 기대를 모았다. 다만 남미 지역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등 한국 이단들의 활동이 활발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글·사진=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