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약함, 사명자가 자라는 인큐베이터

입력 2025-10-30 03:08

시대를 밝히고 세상에 강력한 울림을 주는 사명자는 어떻게 길러질까요. 이화여대 이지선 사회복지학 교수는 25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었고 40번이 넘는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연약함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약함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를 담아내는 바구니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화상 환자와 장애아동에게 희망을 주는 사명자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약함의 ‘함’을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닌 ‘바구니 함(函)’으로 해석하면 놀라운 은혜가 있습니다. 이 교수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미숙한 채로 태어난 아이를 길러내는 인큐베이터처럼 자신의 부족함을 사명자가 길러지는 함(函)으로 삼은 것입니다.

구약을 대표하는 위대한 사명자를 꼽으라면 모세일 것입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의 시작과 성장을 기록하는 성경 기자의 사명을 훌륭하게 감당했습니다. 지도자로서 광야 40년간 불평 많은 백성을 대상으로 하나님의 법을 실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치명적 약점도 있었으니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했다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자신의 연약함을 잘 알았던 그는 하나님의 끈질긴 설득에도 사명자로 나서기를 주저했습니다. 스스로 느끼는 연약함은 자신감을 붕괴하고 무언가를 포기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사람의 단점은 하나님께 문제가 되지 못합니다. 모세의 연약함은 말 잘하는 형 아론이 쓰임 받도록 하는 길을 열었고, 누구보다 동생 모세를 위한 훌륭한 조력자가 되게 했습니다. 모세의 연약함은 자신뿐 아니라 형 아론의 사명을 길러내는 인큐베이터가 된 것입니다.

신약에서 위대한 사명자는 사도바울일 것입니다. ‘글에는 힘이 있으나 말은 형편없다’는 게 그 위대한 사도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였습니다. 바울은 볼품없는 외모 때문에 남 앞에 서는 것도 두려워했습니다. 성경학자들은 바울이 혼자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말주변 없는 사람으로 길러졌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러나 더듬거리는 말솜씨 역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을 때 복음의 능력을 담는 바구니가 됐습니다. 말의 연약‘함’이 위대한 전도자를 길러내는 인큐베이터가 된 것입니다. 그는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 12:9)고 자신의 연약함을 자랑한다. 그 약함으로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 소아시아 전역, 지중해 건너 당시 세상의 중심인 로마까지 복음을 영화롭게 전했습니다.

‘금 간 항아리’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양어깨에 항아리 하나씩을 메고 물을 나르다가 항아리 하나에 금이 갔습니다. 물을 가득 채워 출발해도 집에 오면 반쯤 비어 있었습니다. 금이 간 항아리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주인님, 죄송해요. 저를 버리고 새 항아리를 사용하세요.” 그러자 주인은 “항아리야. 우리가 지나온 길을 봐라. 네 몸에 금이 간 날 나는 길에다 꽃씨를 뿌렸고 그 길을 따라 아름다운 꽃길이 생겼단다. 네가 그곳에 물을 흘리며 키운 꽃을 보면서 나는 먼 길을 힘내 걸을 수 있었어.”

연약함을 상태로 인식하면 낙심과 포기로 이어지지만, 하나님의 은사를 담는 바구니로 삼으면 하나님의 사명자로 쓰임 받을 수 있습니다.

유태경 미래로교회 목사

◇미래로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입니다. 주님의 지상명령을 순종하는 선교적 교회로 세워지기 위해 뜨겁게 예배하고 기도하면서 치열하게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