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 사태를 계기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이다. 사랑이라는 ‘로맨스’와 신용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로 연애 빙자 사기를 뜻한다. 로맨스 스캠은 SNS나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접근해 일정 기간 대화를 나누며 애정을 쌓은 뒤 투자, 병원비 등을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이다. 최근 50대 여성이 배우 이정재를 사칭한 로맨스 스캠 사기 일당에게 5억원의 피해를 봤다는 사건도 있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배우 사진과 운전면허증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재 측은 “유관 기관과 협조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캄보디아에 구금 중인 120억원대 로맨스 스캠 총책 한국인 부부 송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AI 기술 발달과 맞물려 사기 수법이 진화하면서 피해 규모도 급증하는 추세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로맨스 스캠 피해액은 1000억원, 피해 사건 수는 1565건으로 집계됐다.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지난해 검거율은 12.7%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해외 범죄 조직까지 결합하며 국제적, 조직적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로맨스 스캠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평균 8일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학술지 ‘한국경찰연구’에 수록된 ‘환전형 로맨스 스캠 사례의 실증 분석과 정책 시사점’ 논문에 따르면 총 10개 피해 사례를 들여다본 결과, 처음 접근부터 피해 종료까지 소요 시간은 평균 8일이었다. 이 기간 소통 횟수는 평균 2168회였다.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사기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SNS 등에서 외국인이 한국 여행을 계획 중이라며 여행지나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접근하거나, 여자가 호감을 표시하며 결혼 등 미래를 약속한다면 반드시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 특히 미혼, 이혼 등 홀로 생활하는 중장년 남성이 핵심 타깃이다. 사랑에 속고 돈에도 우는 실수를 범해선 안 되겠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