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63> 히스기야

입력 2025-10-28 03:10

부왕 아하스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로운 성전의 골방에서
가슴을 치며 애처롭게 울었던 눈물의 왕
그의 통치는 기도였으며
그의 어명은 눈물이 돼
이스라엘의 메마른 대지를 적셨거니
아, 예루살렘의 성전과 거리에서
다시 들려졌던 유월절의 노래여
거짓 우상을 혁파하고
부정한 성전을 정결케 했던
열왕 중에 가장 빛나는 별의 사제여
앗수르 산헤립의 침략 앞에서도
눈물의 기도로 대반전의 승리를 이끌고
황혼에 닥친 불치병에도
성전에 나아가 울며 기도하여 일으킨
해시계의 징조와 생명 연장의 환희여
제국의 군대도, 죽음의 해그림자도
어찌할 수 없었던 그의 처절한 눈물의 기도여
그러나 어찌하여 바벨론 사신들에게
내탕고를 열어 보여줬단 말인가
그 치명적 실수는 수천 년이 흐른 이후도
덮어지지 않고 있나니.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히스기야는 남 유다의 13대 왕이며, 선지자 이사야가 그의 재위 기간에 활동했다. 부왕 아하스의 ‘어두운 그림자’로 인하여 더욱 돋보이는 눈물의 기도와 개혁의 실천을 수행한 왕이다. 시인은 그의 눈물이 이스라엘의 메마른 대지를 적셨다고 묘사했다. 그가 눈물로 드린 기도는 외적을 물리치고, 불치병을 이겨 15년 생명을 연장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그런데도 시인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바벨론의 사신들에게 ‘내탕고를 열어 보여준’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시인이 이를 범죄라 하지 않고 ‘실수’로 명명한 것은 히스기야의 업적에 대한 수긍과 죄성(罪性)을 가진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대의 관점으로 아무 말 없이 넘어갈 수 없는 엄정한 평가 등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다.
-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