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AI 석학의 충고… “LLM, 5년 내 구식 된다”

입력 2025-10-28 00:11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AI 프론티어 국제 심포지엄 2025’에서 AI 석학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 부총리, 얀 르쿤 뉴욕대 교수, 최예진 스탠퍼드대 교수, 조경현 뉴욕대 교수, 김기응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과기정통부 제공

세계 4대 인공지능(AI) 분야 석학으로 꼽히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거대언어모델(LLM)만으로는 인간 수준의 AI에 도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각국의 기업·연구소들이 치열하게 개발 중인 지금의 LLM은 5년 내 한계에 도달할 것이며, 앞으로는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복합적으로 학습하는 ‘월드 모델’이 필요하다는 역설도 했다.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기업들에 LLM 개발을 독려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AI 프론티어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르쿤 교수는 현재의 AI 수준은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5도 달성하지 못했고, 10살짜리 아이가 요청할 때 작동할 수 있는 로봇도 없다”며 “AI 시스템은 고양이만큼도 똑똑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현 LLM 방식이 가진 한계도 지적했다. 르쿤 교수는 “인간과 동물이 추론하는 방식은 최적화에 의한 추론으로, LLM이 구현하는 방식과는 다른 개념”이라며 “픽셀 수준에서 예측하는 대신, 추상적 표현 공간에서 예측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시각·청각 등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학습하는 월드 모델 ‘제파(JEPA)’로 미래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르쿤 교수의 진단은 정부가 ‘소버린 AI’를 내세우며 한국형 LLM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과 다소 거리가 있다. 학계와 글로벌 빅테크는 이미 LLM 기반 모델을 넘어선 월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르쿤 교수는 “4살 아이의 경험이 LLM보다 많다. 가장 큰 LLM보다 아이가 더 많은 데이터를 보고 듣는다”며 “이제는 LLM이 할 수 없는 능력들에 대해서 연구해야 한다. LLM은 5년 내에 구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픈AI, 딥시크 등 선도 기업들이 주도하는 AI 연구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타임지가 선정한 ‘AI 분야에서 큰 영향을 끼친 100인’에 선정된 최예진 스탠퍼드대 교수는 “AI의 영향력은 강력하기 때문에 한 기업에만 맡겨선 안 된다”며 “AI는 소수의 기업이나 국가가 아닌 전 세계 사람들에 의해 개발되고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LM은 종말(doom)을 맞을 것”이라며 “제한된 데이터로 더 빠르게 학습하는 작은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의는 AI 연구를 위한 지원이 기초 연구를 기반으로 한 학계로 집중돼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르쿤 교수는 “많은 사람은 혁신이 산업에서 온다고 생각할 뿐 학계에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을 잊는다”며 “학문적인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글로벌 협력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단일 기관이나 하나의 국가에서 올바른 데이터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초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