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7일 4000선을 돌파하면서 한국 자본시장 역사를 다시 썼다. 지수가 집계된 기준인 1980년 이후 약 45년 만이다. 1956년 3월 주식시장이 개장된 이후로는 약 69년 만이다. ‘국민주’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주당 10만원을 넘어섰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반도체 기업 주가가 오르며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은 이날 1000조원을 돌파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추가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57% 상승한 4042.83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68.5% 상승했다. 수익률이 주요 20개국(G20) 주가지수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이날 나란히 사상 첫 5만 선을 돌파한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 지수)는 올해 수익률이 26.61%로 2위다.
국내 주식시장은 1956년 상장사 12개로 개장했다. 코스피는 1980년 평균 주가를 100으로 산출하고 1983년 1월 4일 122.52로 시작했다. 1989년 3월 31일 종가 기준으로 처음 1000포인트를 돌파한 코스피는 18년3개월 만인 2007년 7월 25일 2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14년 만인 2021년 1월 7일 3000선을 넘었고, 이날 다시 4년9개월 만에 4000선을 돌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와 전 세계적인 AI 투자 열풍, 반도체 기업 중심의 이익 성장 등 호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코스피를 강하게 밀어올렸다고 분석한다. 상법 개정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위한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제도 추진도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2분기 기준 504만9085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는 3.24% 오른 10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선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64조원으로 2018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가는 코스피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대기자금을 뜻하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4일 기준 79조원으로 올 들어 22조원 늘었다.
정부·여당은 이날 코스피 4000 돌파에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오늘의 축포는 코스피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코스피 5000으로 가는 여정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말까지 자사주 제도와 세제 개편 등의 논의에 집중하고 향후 스튜어드십 코드 점검과 공시제도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수 장은현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