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이 “HD현대는 미국의 해양 르네상스를 위한 여정에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HD현대 회장 직함으로 나선 국제 무대 데뷔전에서 미국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하며, 인공지능(AI)·스마트 조선소·친환경 선박 등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의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27일 경북 경주 엑스포공원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부대행사 ‘퓨처테크 포럼: 조선’에서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그가 지난 17일 그룹 총수에 오른 뒤 참여한 첫 공식 행사다.
정 회장은 HD현대가 AI와 로봇 등 혁신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한·미 조선업 협력의 핵심 고리 역할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HD현대는 세계 100척 이상의 해군 함정과 잠수함을 건조한 경험이 있고 올해 초 미 최대 군함 제조사 헌팅턴 잉걸스와도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며 “이를 통해 양국은 더욱 안전하고 번영된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 회장은 “저희가 전 세계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된 파트너라고 미국 쪽에서도 인식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시장 진출 방안과 관련해서는 “(미국 조선소 인수를 포함해) 여러 가지 옵션을 다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포럼에는 미국의 안두릴과 헌팅턴 잉걸스, 독일의 지멘스 등 HD현대의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참여해 조선 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향후 청사진을 제시했다. 퓨처테크 포럼은 글로벌 기업, 정부 기관, 학계 관계자 등이 모여 주요 산업 현황과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다. 오는 30일까지 ‘조선’ ‘방산’ ‘유통’ ‘AI’ ‘디지털 자산’ ‘미래 에너지’ 등을 주제로 순차적으로 행사가 이어진다.
이날 오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등 한화그룹 방산 3사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화 퓨처 테크 포럼: 방산’을 개최했다. 방위 산업 특성상 비공개로 진행된 행사에서 한화는 ‘AI 시대의 기술주권’ ‘산업 회복력’ ‘지속 가능한 평화’라는 핵심 의제를 논의하며 국내외 안보 협력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환영사에서 “오늘날 AI와 첨단 제조 기술이 융합되는 대전환의 시대 속에서 평화를 지혜롭고 책임 있게 준비해야 한다”며 “한화의 기술은 도발이 아닌 보호를 위한 기술이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평화를 위한 기술’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포럼에는 크리스토퍼 파인 전 호주 국방장관 등 안보 분야 인사와 국내외 방산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국내 방산 중소·중견 기업들이 글로벌 방산 기업들과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한화 측은 “행사를 계기로 글로벌 안보·기술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경주=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