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의 올해 현재까지 수익률은 68.5%로, 1981년 이후 수익률이 이보다 더 좋았던 사례는 단 3차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증시의 이례적인 강세의 원인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개선, 반도체 기업의 실적 증대,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꼽는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81년 이후 45년 동안 코스피가 연초 대비 40% 넘게 폭등했던 사례는 ‘3저(저유가·저달러·저금리) 호황’ 시절이던 1987년의 92.6%, 닷컴버블 초입이던 1999년 82.8%, 1988년 72.8% 등 6차례에 불과하다. 올해 현재까지 수익률 68.5%보다 높은 성적을 거둔 해는 3차례뿐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예상 범위를 뒤늦게 상향 조정하는 일이 많았다. 코스피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오르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올해 주가 급등에는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환경 개선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하고 이것이 실적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투자자들이 돈을 주식시장에 넣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지난해 부진했던 국내 반도체 기업의 업황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도 호황의 배경이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AI 수요가 커지면서 이들 기업의 이익이 증가해 전체 지수의 급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 2차 상법 개정에 이어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차질없이 추진되는 것도 증시 강세의 주요 요인으로 설명한다. 국회에서는 현재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고 가정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소각만으로 3.3%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내년도 확장재정과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양호한 수출 경기와 내수 회복도 예상된다”며 “내년도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상승 추세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코스피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어서 내년 중 코스피는 최소한 4000 중후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만간 한·미 관세협상 결과가 발표될 경우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점도 증시에 플러스 요인이다. 이번 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중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등의 내용에 따라 지수의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한·미 무역 합의에 대한 기대로 전 거래일보다 5.40원 내린 1431.70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이 아직 높게 유지되고 있는데도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환율 추가 하락에 따른 지수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스피 상승은 결국 정책에 대한 신뢰 문제”라며 “지난해 (전 정부에서)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시장에 많이 들어 왔지만 이후 정책 추진이 멈춰 순매도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시장에서 기대하는 정책을 논의해 차질없이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은현 이광수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