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과 아세안 11개 국가 간 연간 교역량을 30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면서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제안했다. 또 말레이시아와 FTA 협상을 타결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이 대통령은 27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 ‘이웃사촌’과 같은 관계”라며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 비전인 ‘CSP 구상’을 발표했다. 한국이 아세안의 꿈과 희망을 이루는 조력자(Contributor), 아세안의 성장과 혁신의 도약대(Springboard), 평화와 안정의 파트너(Partner)로 자리매김한다는 비전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과 아세안 간 연간 상호방문 1500만명 시대를 열고, 양측 간 연간 교역액을 30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초국가범죄, 해양안보, 재난·재해 등 역내 평화와 안정 수요에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부응할 것을 약속하면서 “2029년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공개된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 기고문에서도 CSP 구상을 자세히 소개하며 “한국과 아세안의 연간 교역액 3000억 달러 달성이란 과감한 목표와 함께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한·아세안 FTA 개선 협상 개시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보건, 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아세안 각국 정상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며 “이 대통령도 마무리 발언에서 ‘아세안의 지속가능한 생활환경 조성에 기여하는 한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우리 정부는 말레이시아와 FTA 협상을 타결하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 주력 수출품에 대한 추가 시장을 개방했다고 밝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말레이시아와 디지털, 청정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지향적 분야의 협력도 확대할 것”이라며 “양국이 전략적 협력관계로 심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출범) 3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또다시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지정학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아세안+3’는 협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채택된 ‘역내 경제-금융협력 강화를 위한 아세안+3 정상성명’도 지지했다고 밝혔다. 아세안+3 회의에 중국은 리창 국무원 총리가, 일본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이 참석했다.
쿠알라룸푸르=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