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산후조리원 관련 민원이 2253건에 달했지만 피해구제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52개 산후조리원에 불공정 약관 시정 조치를 내렸지만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어 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소비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6년간 접수된 산후조리원 관련 상담 건수는 2253건이며, 이 중 196건(8.7%)만 피해구제가 이뤄졌다. 환급(75건)·배상(16건) 등 실질적 구제 사례는 더욱 드물었다.
민원 유형별로는 ‘계약해제·해지·위약금’ 관련 상담이 전체의 절반(1144건·50.8%)으로 가장 많았다. 입소 전 산모의 건강 이상, 출산 일정 변경 등 불가피한 사유에도 전액 위약금을 청구하거나 환불을 거부한 사례가 다수였다.
‘계약불이행’ 유형(405건·18%)도 많았다. 1인실로 계약했음에도 실제로는 다인실을 배정받거나 ‘전담 간호사 24시간 상주’ 홍보 문구를 내건 조리원에서 홍보와 달리 야간에 신생아를 산모가 직접 돌본 사례가 보고됐다. 노후 시설을 ‘신규 프리미엄룸’으로 광고하거나 홍보된 영양식·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추가요금 청구’도 반복적으로 제기된 민원이었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추가 요금을 퇴소 직전에 일방적으로 부과하거나 연장 요청 시 기존보다 높은 단가를 책정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부 산후조리원은 시설 자체 리모델링을 사유로 계약 내용에 없었던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24일 52개 산후조리원 사업자를 대상으로 불공정 약관 시정 조치를 내렸다. 환불 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하거나 계약해지를 제한하는 조항을 바로잡고 위약금·환급 기준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산후조리원에 대한 감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피해가 누적됐는데도 공정위가 산후조리원 약관을 직접 점검한 건 지난달이 처음이다. 피해구제율이 한 자릿수에 머문 것도 그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음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김승원 의원은 “온전히 출산의 기쁨을 누려야 할 시기에 산후조리원 문제로 불안과 불편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불공정 약관 시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산모와 신생아가 안심할 수 있도록 근본적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