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협상과 관련해 투자 방식·금액·일정·배당·손실 분담 등 핵심 쟁점이 여전히 조율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타결이 임박했다”며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합의를 채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달리 시점에 얽매이지 않고 정부가 설정한 마지노선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입장차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27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금, 일정, 손실 분담 및 투자 이익 배분 방식 등이 모두 쟁점으로 남아 있다”며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겠지만, 한국에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 난항이 곧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일부 의견 차이가 있지만 실패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우방국이기 때문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한·미 양국이 투자 약속의 세부사항 모두에 대해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다”고 분석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맞춰 무역협정을 확정하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조지아주 인력 단속 사태에 대한 압박 메시지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 안전과 합리적 대우가 보장되지 않으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문제는 오히려 미국에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자 문제는 한국보다 미국에 더 큰 문제”라며 “(미국이 보다) 협조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중국과 정상회담을 앞둔 이 대통령은 한국의 상황을 ‘두 맷돌 사이에 끼인 나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중국이 한화오션 5곳에 제재를 가한 것을 두고 “중국이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지만 대화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한미군 역할 조정과 관련해선 “한반도 평화와 안보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우리가 주한미군의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질서가 매우 복잡하고 위험한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 양자 회담들이 상호 이익이 되는 길을 충분히 찾고,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