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영역을 우주로 확장하고 있다. 2022년부터 관심을 보여온 달 탐사 로봇인 ‘로버’ 개발을 위해 세계적인 첨단 소재 기업인 일본 도레이그룹과 소재·부품 협력을 통해 본격적인 개발 작업에 돌입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도레이그룹과 ‘전략적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두 회사가 지난해 4월 체결한 고성능 복합소재 협력을 구체화한 후속 조치다. 모빌리티 성능 향상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등 첨단 복합소재의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본격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차량, 달 탐사 로버,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전반에 적용할 첨단 소재와 부품 개발 협력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내 기초소재연구센터가 중심이 돼 차량 설계, 적합성 검증, 성능 평가를 주도한다. 도레이그룹은 도레이 인더스트리를 비롯해 도레이첨단소재, TAC, EACC 등 계열사가 탄소섬유 기반 중간재와 성형제품 개발을 담당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달 탐사 로버 개발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영역을 지구 밖으로 확장한다는 목표 아래 2022년부터 메타 모빌리티 로드맵을 공개하고 자율주행, 로보틱스, 에너지 관리 등 핵심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로버는 달 표면을 주행하며 지질 구조를 분석하고 자원과 환경을 탐사하는 무인 차량 로봇을 말한다. 극한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의 집약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동 구동 장치, 첨단 센서, 통신 장치, 온도·진동 제어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로버 개발을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국내 6개 연구기관과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었다. 2027년 실제 달 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도레이그룹과의 협력은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경량·고강도 복합소재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로버 차체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될 초경량·고강도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공동 개발해 극한 온도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내열·내충격 구조체를 구현할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최근 자동차 기술과 첨단소재, 로보틱스, 자율주행 역량을 결합해 우주 산업으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번 협업을 계기로 지상 모빌리티를 넘어 달 탐사 기술력까지 확보하며 차세대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GSO본부장(부사장)은 “목표 영역을 명확히 하고 양사의 역량을 결합해 첨단 복합소재 분야에서 혁신 기술의 연구개발부터 생산, 상용화까지 긴밀히 협력해 시장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다 미키 도레이그룹 복합재료사업본부 부문장은 “차세대 모빌리티에 필요한 혁신적인 복합소재 솔루션을 창출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