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개입 통했다’ 밀레이 여당, 아르헨 중간선거 압승

입력 2025-10-27 18:38 수정 2025-10-27 18:39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집권 자유전진당의 중간선거 승리 소식에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아르헨티나 우파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좌파 야당에 예상 밖 압승을 거뒀다.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아르헨티나 정부에 전폭적 금융·재정 지원에 나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이번 승리로 남은 임기 2년여간의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아르헨티나 일간 클라린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집권 자유전진당은 40.65%를, 야권 연합 ‘푸에르사 파트리아’는 31.70%를 각각 득표했다. 푸에르사 파트리아는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의 복지국가 정책을 계승한 좌파 페론주의 정당들의 연합이다.

이번 선거에서 상원의원 24명(전체 72명의 3분의 1), 하원의원 127명(전체 257명 중 약 절반)이 선출됐다. 하원에서 이번에 64석을 얻은 여당은 기존 의석을 합쳐 93석을 확보했다. 하원 의석 3분의 1 이상(86석) 확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86석은 대통령 법안 거부권이 의회에서 무효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 필요 의석수다. 페론주의 연합은 하원에서 44석을 얻는 데 그쳐 총 96석이 됐다. 상원에서 여당 의석수는 19석, 페론주의 연합은 26석이 됐다. 페론주의 연합은 상하원 1당 지위를 유지하지만 정치적 영향력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밀레이 대통령은 중간선거 승리에 대해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국가적 사명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밀레이에게 2023년 12월 취임 후 가장 까다로운 시험대로 여겨졌다. 밀레이는 취임 후 ‘전기톱 개혁’으로 불리는 공격적 긴축으로 연간 160%를 넘었던 물가 상승률을 30% 수준으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복지 정책 대폭 축소,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 대통령 비서실장의 뇌물수수 의혹 등에 대한 비판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여당은 지난달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중간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도 야당에 유리한 전망이 이어졌다.

의외의 결과엔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선거를 약 2주 앞둔 지난 9일 “재무부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0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 통화스와프 계약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아르헨티나를 위한 별도의 200억 달러 민간 기금 조성도 추진 중이며 최근 페소화 매입에도 최대 21억 달러를 투입했다.

트럼프는 지난 14일 밀레이와의 정상회담에서 “선거에서 패배하면 돕기 어렵다”고 말해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례 없는 지원에 대해 미국이 아르헨티나의 희토류 등 광물 개발 우선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