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이 시작된 27일 내외국인 관광객들은 불국사, 국립경주박물관 등 경주의 역사적 공간을 찾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의 전통을 담은 경주에 대해 “서울 도심과는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고, 넷플릭스 인기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언급하는 이들도 많았다.
경주의 ‘관문’인 경주역에는 간편한 복장과 정장을 차려입은 외국인 방문객이 혼재돼 있었다. 셔틀버스와 택시를 타기 위해 경주역 1번 출구로 향하던 외국인들은 출구 앞에 마련된 ‘코리아 웰컴 위크’ 부스에 시선을 빼앗겼다. ‘케데헌’에 등장하는 ‘사자보이즈’처럼 검은 도포를 입고 검은 갓을 쓴 안내원 3~4명이 관광객들에게 환영 꾸러미를 건네주고 있었다. 꾸러미 속에 든 ‘웰컴 카드’에 포함된 QR코드를 활용하면 한국 문화와 관광 정보를 다국어로 안내받을 수 있다. 경주 시내 택시들은 차량 뒤쪽에 ‘APEC 2025 KOREA’라는 글씨가 적힌 하얀색 깃발을 꽂고 달리며 국제행사의 분위기를 한층 달궜다.
천년 고도 경주의 역사를 담은 국립경주박물관에는 이날 단체관람객을 포함해 비즈니스 행사인 ‘퓨처 테크 포럼’을 찾은 해외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포럼이 열리는 박물관 내 신축 건물은 한·중, 한·미 정상회담 장소로도 거론되는 곳이다. 박물관 중정에 새로 마련된 건물이라 외부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나 전기·수도 공급에는 차질이 없었다.
박물관 내부에는 외국인 단체관람객 24명이 전시된 신라 유물을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호주에서 온 옌(56)씨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한국여행을 왔다”면서 “특히 ‘케데헌’을 좋아하는데, 경주 구석구석에 한국 전통과 ‘케데헌’ 같은 느낌이 살아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프랑스에서 온 호슈테테 프랑크(26)씨는 “서울을 찾았다가 경주에 왔는데 역사적인 공간이 많아서 좋다. 서울 도심과 다른 모습이 이색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외국인은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비즈니스 서밋 참석을 위해 미국에서 온 제이슨(45)씨는 “택시를 탔는데 말이 잘 안 통해서 답답했다. 외국어를 실시간 번역할 수 있는 QR코드가 있었지만 기사가 승인을 해줘야 작동하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며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경주의 대표 관광지인 불국사에도 100여명의 관광객이 운집했다. 이곳에는 오는 30일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러시아 부총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방문이 예정돼 있다. 31일에는 차담회 등 정상 배우자 행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31일 정상 배우자 오찬이 예정된 우양미술관도 내부 무대 설치 등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곳은 29일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AMM) 만찬장으로도 쓰일 예정이다.
경주=최예슬 박준상 유경진 윤예솔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