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2호기(고리 2호기)의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이 연이은 임기 만료로 총 9명에서 6명까지 축소됐다. 최근 두 차례 원안위 회의에서도 재가동 여부를 매듭짓지 못한 가운데 다음 달 13일 회의까지 신임 위원이 임명되지 않으면 ‘6인 체제’로 논의를 이어가게 된다.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 설계수명 40년 만료 이후 2년 반 넘게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여부는 2030년까지 줄줄이 가동 중단을 앞둔 원전 9기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7일 원안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추천 위원인 박천홍 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의 임기는 지난 24일부로 종료됐다. 앞서 지난 12일 국민의힘 추천 위원인 김균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박사와 제무성 한양대 교수에 이어 비상임위원 3명 임기가 끝난 것이다. 원안위는 최원호 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7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안건 의결에는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원안위법 13조)이 필요하다.
다음 달 원안위 회의에 부쳐질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승인’ 안건도 원안위원 6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하면 법적 문제는 없다. 지난 23일 원안위 회의에서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 안건이 통과되며 이제는 계속운전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만 남은 상황이다.
다만 6인 체제 의결에 대한 절차적 흠결 논란은 변수도 거론된다. 최근 ‘고리 2호기 심의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원안위가 정원 미달인 상황에서 의결을 강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임기가 만료된 원안위원들은 모두 국회 추천 인사들이지만 여야 모두 별다른 추천 논의는 없는 상태다. 원안위 관계자는 “(임기 만료에 앞서) 국회에 신임 원안위원을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여부는 이재명정부 원전 정책 기조의 가늠자로 꼽힌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을 병행하는 ‘에너지 믹스’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신규 원전 건설에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원전 업계는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이 불발되고 나머지 원전들의 가동 중단 사태가 이어지면 ‘탈원전 시즌2’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음 원안위 회의에서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이 승인돼 운영 기간이 10년 연장되더라도 실제 가동 가능 기간은 7년 반 정도에 그친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