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4000선(4042.83)을 돌파했다. 주가는 지난 6월 20일 3000선에 이어 지난 2일 3500선을 가뿐히 넘더니, 불과 25일 만에 전대미문의 4000선에 올라서는 파죽지세를 보였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는데다 한국 산업의 핵심이라 할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영향이 크다. 다만 주가 강세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정부가 지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경제의 체질 개선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주가 초강세가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본 니케이지수도 이날 사상 첫 5만선을 뚫었고 나스닥 등 미국의 각종 지수도 연일 신고점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재개 신호, 각국의 재정 확대 등으로 글로벌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증시로 흘러가는 돈이 많아졌다. 그렇다 해도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두드러진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65% 이상 뛰어 주요 20개국(G20) 지수 중 상승률 1위다. 2위인 닛케이지수 수익률이 약 28%인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 수준이다. 한국 수출과 제조업 경기를 좌우하는 반도체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활황세를 보인 점, 상법 개정안 등 현 정부의 일관된 주주 가치 제고 정책이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외부 환경은 당분간 우호적일 전망이다. 한국의 수출 빅2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이날 관세전쟁을 1년간 사실상 유예하기로 함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한층 줄어들게 됐다. 조만간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의 돌파구가 나타나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수출 모멘텀 회복도 기대된다. 이 경우 ‘오천피’(코스피 5000) 달성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에만 의지해선 단기 급등이 거품이 될 소지가 없지 않다. 경제의 내실이 중요한데 우리의 암울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 경제의 전체 성장세는 코스피 흐름과 정반대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0.9%, 내년에도 1.9%로 잠재성장률을 밑돌 전망이다. 특정 분야 수출에만 의지하고 내수가 만성 침체돼 회복이 요원한 모양새다. 여기에 세계 최고의 고령화로 경제 활력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장기 원화 가치 하락과 자금 이탈은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이 늙어가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 미래 경제성장의 기대감 없는 주가 고공행진은 신기루일 뿐이다. 정부와 여당이 현 주가에만 취해 지금처럼 규제 완화, 혁신 정책 마련을 등한시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