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신학에서 바른 신앙생활이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신학이 무너지면 신앙도 윤리도 무너집니다. 신학과 세계관의 싸움이 된 요즘 시대에 다음세대 교육에 관한 신학을 재정립할 때입니다.”
이재욱(39) 참사랑교회 목사는 최근 경기도 부천 교회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 목사는 2019년 카도쉬아카데미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다음세대의 성경적 성교육과 기독교 세계관 함양에 힘써왔다. 현재는 카도쉬아카데미 이사로서 최은정 문선애 공동대표와 함께 다음세대를 위한 신앙 교육의 모델을 제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 목사에게 교회 안팎에 만연한 반(反)성경적 성가치관 흐름에 대한 진단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청취했다. 인터뷰 자리에는 최은정(49) 공동대표도 함께 나왔다.
카도쉬아카데미는 그동안 기독교 세계관에 기반을 둔 체계적인 성교육 커리큘럼 연구와 개발 등에 몰두해왔다. 이름은 히브리어 카다쉬(거룩하게 하다는 뜻)에서 따왔다. 교회와 기독교 대안학교 등에 파견할 전문 성교육 강사도 양성하는데 지금까지 2500명 이상 수료했다. 내년 1월에는 ‘기독교 세계관으로 보는 세상과 음란문화’를 주제로 청소년캠프를 연다. 다음세대가 세속적 가치관이 만연한 현 세태 속에서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며 분별하는 신앙을 정립하도록 돕는 게 목표이다. 이번이 세 번째 캠프다.
“지난 6년은 미래를 위한 기초를 세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이 목사가 최근 절감한 건 세계관 싸움 속 한국교회 내 신학의 부재였다. 그는 “반성경적 가치관이 교회 안으로 스며드는 현상은 결국 신학의 부재 때문”이라며 “기독교 세계관을 바로 세우는 다음세대 교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목사와 최 대표 모두 교회 안으로 이미 침투한 인본주의와 반성경적 기조를 우려했다. 이 목사는 최근 청년층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많은 기독 청년이 동거에 긍정적이고 혼전순결에 대해서도 열린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회를 열심히 다니지만, 실제 세계관은 세상과 다를 바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공교육 내 성교육도 문제다. 최 대표는 “요즘 공교육 현장에서도 ‘성적자기결정권’ 개념을 ‘성적 권리’라는 인권에만 초점을 둬 아이들이 방종으로 흘러갈 위험이 크다”며 “성교육이 생명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부모의 교육이 중요해졌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는 아이만 교육하려 하지만, 사실 신앙교육의 열쇠는 부모에게 있다”며 “부모가 먼저 자녀의 신앙을 올바로 잡아주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으면 다음세대 교육은 실패하고 만다”고 지적했다. 아이를 살리려면 부모가 먼저 신앙교육의 열망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대표도 “골든타임은 유아기부터이다”며 “부모가 이 시기 교육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긴 채 안일하게 대응하면 자녀들은 세상의 교육에 먼저 물들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목사는 요즘 세상을 두고 “저마다의 신학을 놓고 싸우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교회 밖 세상에도 나름의 신학이 있다는 게 이 목사의 생각이다. 일반 사람들 저마다 섬기는 세상 신을 둔 현실에서 교계가 반대해 온 차별금지법 문제나 동성애에 옹호적인 성혁명 교육의 문제 모두 신학 즉 세계관 싸움이라는 취지다. 이에 이 목사는 교회가 세상과의 신학적 논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진리라는, 교회가 내세우는 논리의 링 위로 세상을 불러놓고 성경적 세계관으로 맞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결국 생명의 소중함과 이성애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이며 윤리적인 진리를 세상 사람들에게 담대히 논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의 신뢰도가 낮아진 현실에서 한국교회가 세상의 신학에 맞서 설득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삶으로 증명되는 신앙’이 필요하다는 게 이 목사의 진단이다. 이 목사는 “세상이 교회를 욕하더라도, 내 곁의 그리스도인이 선하고 진실하면 사람들은 교회로 온다”며 “그리스도인의 삶이 곧 복음의 통로”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현재 ‘행동하는프로라이프’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낙태 반대와 생명존중 운동도 이끌고 있다. 고려신학대학원을 다니며 기독교윤리학도 연구 중이다. 오는 연말에는 가정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용 성교육 교안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성경적 성교육은 단지 ‘성경 말씀을 덧붙인 성교육’이 아니라, 신학적 체계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자 정신건강의학과를 비롯해 조직신학과 기독교윤리학 교수진, 목회자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로부터 감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카도쉬아카데미 사역도 성경적 성교육에서 나아가 기독교 세계관 전반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 최 대표는 “성경적 성교육과 기독교 세계관 전반의 콘텐츠 연구·개발에 힘쓰며 전문 강사진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데 더 집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부천=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