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산하되면 자율성 위축”… 국립대병원 ‘이관 반대’ 속내는

입력 2025-10-28 00:06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소관 부처 이전에 반대하는 전국 국립대병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에 나섰다. 국립대병원 소관이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바뀌면 연구 자율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취지다. 국립대병원이 복지부의 촘촘한 감시망을 피하려고 ‘자율성’ 문제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복지부와 교육부는 공동으로 27일 충남대병원을 시작으로 다음 달 12일까지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전국 9개 지역 국립대병원을 차례로 방문한다. 두 부처는 국정과제인 ‘국립대병원 거점병원 육성 및 소관 부처 복지부 이관’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소관 부처 이관에 따른 교육·연구 위축 등 현장 우려에 관한 상세한 설명도 할 예정이다.

국립대병원 소관 이전은 정부의 보건의료 핵심 정책 ‘지·필·공’(지역·필수·공공의료)의 첫 단추다. 국립대병원을 지역 거점병원으로 육성해 국립대병원을 중심축으로 지역사회 의료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국립대병원이 난색을 보이면서 복지부 목표대로 연내 이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명목상 반대 이유는 교육 및 연구 위축 우려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복지부가 지역·공공의료를 명분으로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의료진의 진료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의·정 사태 등을 거치면서 복지부가 의료 정책에 전문가 의견과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불신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오히려 교육·연구 역량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교육부는 예산 집행 1순위가 교육 관련 시설이어서 병원 지원이 후순위로 밀리는데 복지부는 병원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별도로 집행할 여력이 있다. 의료인 교육 또한 병원 실습이 주를 이뤄 복지부가 교육을 담당하는 기간도 교육부보다 길다.

관가에선 복지부가 대학병원의 ‘급소’를 알고 있어 국립대병원이 이관에 반대한다고 본다. 교육부는 의료와 병원 행정에 전문성이 떨어져 국립대병원 감사 때 복지부 인력을 지원받는다. 복지부가 직접 처분을 내리는 것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현 교육부 인력으로는 300곳 넘는 고등교육기관을 감사하는 것조차 버거워 국립대병원들은 ‘감사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파악한 반발 이유 중에는 업무 부담도 있다. 응급의료센터 같은 정부의 정책 사업이 국립대병원에 배치됨으로써 의료진 업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립대병원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요청이 갈 수 있다 보니 염려하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는 병원 역량을 키우기 위한 지원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이도경 이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