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언어로 복음을 번역… 매년 다양한 장르 시도”

입력 2025-10-29 03:09

서울 여의도침례교회(국명호 목사)는 올해 4회째를 맞은 ‘한강문화축제’를 통해 문화예술 선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단절되었던 세상과 교회 사이의 벽을 허물고 문화라는 오늘의 언어로 복음을 번역하는 실험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교회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국명호(사진) 목사는 “문화는 복음의 언어를 오늘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축제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복음 플랫폼’으로서의 비전을 자세히 밝혔다. 다음은 국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

-축제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한강문화축제는 교회가 세상과 다시금 연결되는 자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지치고 교회 역시 사회와의 관계에서 상처가 깊었던 시기, 마침 교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예배당 안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시민과 같은 공간에서 위로를 나누자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자는 취지였다. 문화의 언어로 사랑을 전함으로써 교회가 여전히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장르를 매년 바꾸는 이유는 무엇인가.

“복음을 사람들의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예수께서도 당시 사람들이 이해하는 언어로 복음을 전하셨다. 오늘날은 취향이 세분화되고 세대가 분리되어 같은 집안에서도 각자 즐기는 문화가 다르다. 그래서 클래식, 록, 창작 음악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선택해왔다. 음악회라는 형식에 갇히지 않고 종합예술무대의 가능성을 시도한다. 각 세대와 사람들에게 맞는 언어를 그때마다 바꾸는 축제다. 복음의 언어를 실험하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의 공공성은 어떻게 드러나야 한다고 보나.

“교회는 도시의 이웃이다. 교회의 공공성은 구호가 아닌 참여로 드러나야 한다. 한강문화축제를 통해 교회가 사회와 함께 공공의 자리에서 감당할 역할이 있음을 확인했다. 공공의 자리로 나아갈수록 사회가 교회를 새롭게 바라보며 동반자로 인정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뿐 아니라 사회복지와 구제사업에서도 교회는 공공 영역에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우리 교회는 재단법인 나섬을 통해 지역사회인 영등포구와 지속적으로 연합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가 반복될 때 교회와 사회의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전도와 실제적 연결은 어떤가.

“전도는 한순간의 이벤트가 아니라 한 사람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우는 ‘긴 농사’다. 부활절에 전도 대상자를 선정하고 반년을 기도하며 준비한다. 가을의 VIP 새생명축제는 그 결실이다. 그러나 현실의 전도는 쉽지 않다. 마음을 열었던 대상자도 심리적 문턱 때문에 마지막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문화행사는 이러한 심리적 문턱을 낮춘다. 지역 주민과 대상자가 부담 없이 교회를 찾을 수 있다. 음악을 듣기 위해 들어왔다가 감동하여 등록하고 예수님을 영접한 새가족들의 간증이 이어지고 있다. 예배와 선교의 경계를 낮추고 교회로 들어오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본다.”

-축제가 지향하는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지속 가능한 복음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 모든 문화는 하나님이 지으신 것이다. 창조를 마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신 말씀과 로마서에서 “그의 영원하신 신성이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하셨다”는 말씀은 문화와 예술의 본질이 모두 하나님의 것임을 선포한다. 아름다움은 필연적으로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향한다. 그러나 현 시대 문화는 자기파괴와 혐오를 기반으로 하며 복음적 가치를 상실한 상태에 놓여 있기도 하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문화의 본래 가치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회복하고자 한다.

또한 세대 간 가교를 이루기 위해 청년 예술인을 전면에 세우고 있다. 이후 펼쳐질 5회와 6회의 축제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문화의 아름다움을 선포할 일꾼을 세우는 자리, 현존하는 다음세대 예술가를 양육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축제를 통해 바라는 변화는 무엇인가.

“교회가 지역과 단절된 공동체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시민 공동체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한강문화축제가 그 변화를 시작하는 무대가 되기를 소망한다. 공공의 자리에서 시민과 관계를 맺는 사역을 지속하고 싶다.”

글·사진=손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