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만난 트럼프 “미·일 관계 더 강화”… 다카이치는 정상회담서 ‘女아베’ 전략

입력 2025-10-28 02:3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도쿄의 일왕 거처인 고쿄에서 나루히토 일왕을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시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나루히토 일왕을 만나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 아래에서 미·일 관계를 더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28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아베 신조 전 총리 후계자’임을 강조할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말레이시아에서 1박2일간 일정을 마치고 27일 오후 도쿄에 도착한 뒤 전용 헬기 마린원, 전용차 비스트를 타고 일왕 거처인 고쿄로 향했다. 트럼프와 나루히토 일왕의 만남은 2019년 5월 이후 6년여 만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트럼프와 웃는 얼굴로 악수하며 영어로 “다시 만나 좋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감사하다”고 답했다. 일왕은 최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트럼프가 칭찬한 것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트럼프는 LA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훌륭했다고 화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갔다.

트럼프는 다카이치와의 정상회담에 관해 “매우 좋은 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일왕은 “일·미 우호 관계를 더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면담은 약 35분간 진행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일본 도착 전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다카이치에 대해 “내 친구였던 아베 전 총리의 친구이자 동지였다”고 말했다고 NHK가 전했다. 트럼프는 2019년 5월 아베 집권 당시 일본을 국빈방문해 골프 회동을 갖는 등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당시 근무했던 직원을 도쿄에 모아 정상회담 준비 작업을 했다. 특히 아베 전 총리 통역으로 활동했던 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에게 이번 통역도 맡겼다. 다카오는 과거 트럼프에게 ‘작은 총리’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통역을 맡았다.

일본 정부는 다카이치와 트럼프의 첫 대면에서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산 픽업트럭 포드 F-150 대량 구매도 검토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관련 소식을 전해 듣고 “그녀(다카이치)는 좋은 취향을 갖고 있다. 그건 핫한 트럭”이라고 말했다. AP는 “도쿄의 고층 빌딩 거리에서 포드 트럭이 운행되는 모습은 트럼프에게 승리로 여겨질 것”이라면서도 “일본 도시의 좁은 도로 사정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나성원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