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협상 잇단 타결… “미·중 협상도 합의 이를 것”

입력 2025-10-27 18:43 수정 2025-10-28 00:05
트럼프 대통령과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 정상들(왼쪽부터 ). UPI연합뉴스

아시아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동남아 국가들과 연이어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서도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 첫날부터 여러 나라와 무역 합의를 발표하면서 3500억 달러(500조원)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진통 중인 한·미 무역 협상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악관은 이날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과의 무역 합의 공동성명을 릴레이로 발표했다. 말레이시아·캄보디아와는 상호무역협정 합의, 태국·베트남과는 상호무역협정 프레임워크(틀) 합의로 명시했다. 무역협정 합의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세하지만, 프레임워크 합의에는 기본적인 내용과 원칙만 담긴다.

가장 상세한 합의는 말레이시아와의 협정이었다. 미국이 말레이시아에 19%의 상호관세율을 유지하는 대신 말레이시아는 향후 10년간 미국에 7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산 자동차·농산물 등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기로 했다. 또 말레이시아가 미국에 희토류 수출 금지 등의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맞서기 위해 동남아 국가와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각각 19%의 상호관세율을 적용받는 대신 미국산 항공기 구매 등을 약속했다. 베트남은 20%의 상호관세를 유지하면서 미국산 농산물 등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해소키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도 정상회담 직전 양국이 개략적인 프레임워크 합의를 도출함에 따라 파국을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30일 부산에서 회담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27일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시 주석을 매우 존경한다.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 내가 중국을 방문하고 이후 시 주석이 워싱턴이나 팜비치, 또는 다른 장소로 오는 것에 거의 동의했다”며 방중 계획도 공개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말레이시아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 회담을 마친 뒤 “양국 정상들이 논의할 매우 성공적인 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1년간 유예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미국도 중국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는 계획에 관해 기본적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은 한·미 무역 협상에 대해선 전반적인 틀이 만들어졌으나 이번 주에 마무리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처리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고 매우 복잡한 협상이지만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상에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