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치한약수’ 쏠림 완화… 이공계로 인재 계속 몰리게 해야

입력 2025-10-28 01:20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 연합뉴스

2026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에서 이른바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 지원자 수가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던 건 바람직한 일이다. 이공계 인재 확보가 국가의 경쟁력 척도인 만큼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공계로 진학해 열심히 공부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의·약학 계열 못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입시전문기관에 따르면 올해 4대 과기원 수시 지원자는 2만4423명으로 전년 대비 16.1% 증가했다. 경쟁률이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의치한약수 지원자는 11만20364명으로 전년 대비 21.9% 감소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적은 숫자다. 중도 탈락자 수는 반대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4대 과기원 중도 탈락자는 전년보다 9% 감소하며 최근 5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해 의·약학계열의 중도 탈락자는 전년 대비 48.8%나 급증했다.

지난해 의대 정원이 1500명가량 늘었다가 올해 줄어든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집단 휴학했던 학생들의 복귀에 따른 의대 교육 여건의 불안정성, 의정 갈등 후 의사에 대한 인식 변화 등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하지만 의대 외에 약대·한의대 등의 전체 지원자까지 동시에 감소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의치한약수 쏠림 현상의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 등의 집중 육성을 공언하고 있는데다 해외 이공계 인재들의 성공 스토리가 널리 알려진 것도 쏠림 현상 완화에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이공계 진학 시 합리적 보상은 물론 세상을 바꿀 연구를 할 수 있고, 창업으로 성공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관련 산업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련 산업이 활기를 잃는다면 인재 확보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인재 확보와 함께 각 분야 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