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잇는 찬란한 금빛… 신라 금관 6점 한자리 모였다

입력 2025-10-28 01:22
국립경주박물관이 2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정상회의와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앞두고 황남대총 금관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인 1921년 신라의 수도 경주 노서리의 한 가옥 공사 중 금관이 나왔다. 신라 최초의 금관 즉, ‘금관총 금관’(국보)은 이렇게 우연히 발굴됐다. 이후 24년 금령총 금관(보물), 26년 서봉총 금관(보물)이 일제에 의해 발굴됐다. 해방 이후에는 69년 교동 금관(비지정), 73년 천마총 금관(국보), 74년 황남대총 북분 금관(국보)이 차례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가운데 교동 금관은 당시 도굴됐다 73년 반환됐다. 소장처도 금관총·서봉총·금령총 금관 등 3점은 국립중앙박물관, 황남대총 북분·천마총·교동 금관 등 나머지 3점은 국립경주박물관에 분산돼 있다.

모두 1500∼1600년 전 신라가 구가했던 장엄한 황금 문화를 보여주지만, 그간 따로 전시되던 신라 금관 총 6점이 104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정상회의 및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에서다.

27일 언론에 사전 공개된 전시장에는 금관뿐 아니라 함께 출토됐던 여섯 점의 금허리띠까지 나와 ‘황금의 나라’ 신라가 남긴 장엄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이외에도 천마총 출토 금귀걸이, 금팔찌, 금반지 등 총 20건의 황금 문화유산이 나왔다. 국보가 7건, 보물도 7건이나 돼 전시의 무게감을 짐작케한다.

왼쪽부터 금관총 금관, 서봉총 금관, 교동 금관, 금령총 금관, 천마총 금관.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여섯 점은 초기 원형부터 전성기 금관까지 신라 금관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5세기 초반의 교동 금관은 초기 원형을, 5세기 중반의 황남대총 북분 금관은 전형의 완성을, 6세기 초반의 천마총 금관은 화려함의 극치를 볼 수 있다. 이처럼 여섯 점의 금관과 여섯 점의 금허리띠의 형태·양식·장식의 차이와 변화를 한자리에서 직접 비교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가령 나뭇가지와 사슴뿔 모양의 세움 장식처럼 전통적 형식을 따르는 금관도 있지만, 새 장식이 있는 서봉총 금관이나 곱은옥이 없는 금령총 금관처럼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예도 볼 수 있다. 신라 금관에서 나뭇가지 모양의 세움 장식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를, 사슴뿔과 새 모양 장식은 풍요와 초월적 권능을 의미한다. 또한 곱은옥과 달개는 생명력과 재생, 황금빛은 절대 권력과 부의 상징임을 보여준다.

전시는 금관을 따로 보여주지 않고, 금관총·서봉총·금령총 금관 3점은 한자리에 모아 이채롭다.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금관총은 왕, 서봉총 왕비, 금령총은 왕자의 금관으로 해석되고 있다. 로열패밀리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한 자리에 모았다”며 “과거에는 금관이 무덤 부장용 기물로만 해석됐으나 최근 20년에는 실제 착용하기도 했다는 학설이 제기돼 그런 논쟁을 반영한 전시”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APEC 2025 정상회의의 공식 문화 행사 중 하나로 기획돼 11월 2일 일반 공개에 앞서 1일까지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