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지질함을 더한 올해 국정감사에서 만약 순기능을 찾는다면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딸 결혼식을 꼽아야 할 것이다. 장관급인 상임위원장, 그것도 긴 명칭이 말해주듯 관련 기관이 아주 많은 위원장의 딸이, 보란 듯이 국회에서, 다른 때도 아닌 국감 기간에 결혼식을 올리면서 국회의원들이 그 자리를 왜 그리 갈망하는지, 그 자리에 가면 대체 뭐가 생기는지 우리는 명확히 알게 됐다.
지난주 본회의장에서 찍힌 최 위원장 휴대전화 화면에는 과방위 피감기관들이 그의 딸 결혼식에 낸 축의금 액수가 적혀 있었다. 최 위원장은 “돌려주려 만든 명단”이라 했지만, 중요한 건 반환 의사가 아니다. 화면에 나타난 액수의 절반이 100만원, 제일 적은 금액이 20만원이었다. 축의금 100만원은 우리나라 서민들이 내본 적도, 받아본 적도, 내거나 받을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 액수일 것이다. 그런 돈이 상임위원장에겐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렇게 굴러들어온다는 걸 이제 국민이 알았다. 막연히 상상하던 국회 특권의 실체가 드러났다.
국회의원이, 상임위원장이 이런 이익을 챙기도록 허용한 법률은 없다. 따져봐야겠지만 이를 부정부패로 규정한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고, 뇌물 수수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크며, 야당은 ‘갈취’란 표현까지 동원했다. 명품 백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김건희 여사를 특검이 처벌하려는 터라 이런 축의금을 반환한다 해서 무마될 수도 없다. 뇌물은 받는 순간 기수(이미 저지른) 범죄가 되는데, 돌려준다고 없던 일이 되면 누가 공정하다 하겠는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이런 일을 용인하려는 조항은 아닐 것이다. 공정의 훼손을 막을 법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 국회의원의 힘은 이 정도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선례가 쌓여 있다. 만약 최 위원장이 국회에 남더라도 위원장직만은 내려놓길 바란다. 이미 자격을 잃었고, 그러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