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인
대거 참석하고 경제 안보에 큰
영향 미치는 국가적 행사
국가를 위해 행사 성공하도록
여야 모두 정파적 이익 벗어나
마음을 모을 필요가 있다
대거 참석하고 경제 안보에 큰
영향 미치는 국가적 행사
국가를 위해 행사 성공하도록
여야 모두 정파적 이익 벗어나
마음을 모을 필요가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이 시작됐다. 31일(금)부터 다음 달 1일(토)까지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29일(수) 한·미 정상회담, 30일(목) 미·중 정상회담, 다음 달 1일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등 경제계 거물들도 경주를 방문한다. 말 그대로 슈퍼위크다.
20년 전인 2005년 부산 APEC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경주 APEC은 세계의 경제와 안보 지형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29일 한·미 정상회담이다. 3500억 달러 대미투자 문제와 관세협상이 쟁점이다. 한·미간 입장 차이가 커서 APEC 기간 중에 타결이 안될 수도 있다고 한다. 관세협상은 안보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등 원자력협정 관련 합의 발표가 관세협상 타결을 전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한·미 정상회담이 가장 중요하다면 세계적으로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30일 미·중 정상회담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9년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이후 6년 만에 마주 앉는다. 미국이 100% 관세로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금지로 맞서던 끝에 열리는 이번 회담은 G2 패권 경쟁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다음 달 1일 한·중 정상회담도 관심이다. 시 주석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중국은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하며 한·미 조선업 협력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문제도 있다. 경제와 북한 문제 등을 놓고 어떤 의견을 나눌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로 지칭하면서 사실상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는 핵보유국 인정을 의식한 유인책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북한에 대한 비핵화 정책을 포기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대북제재 해제, 주한미군 철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여서 파장이 크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서두를 기색이 없어 보이지만 지난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판문점 회동이 전격적으로 성사된 적이 있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21일 취임한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어떤 한·일 관계를 만들어갈지 관심이다.
APEC 정상회의 부대행사로 대한상공회의소가 28~31일 주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경제포럼인 ‘CEO 서밋’도 열린다. 젠슨 황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인 1700여 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만나 AI·반도체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APEC의 경제효과는 약 7조4000억원, 고용창출은 2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다 보니 이번 APEC이 88서울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행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어떻게 보면 올림픽은 스포츠 단일행사로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됐지만 이번 주는 한반도는 물론 세계 경제와 안보 문제의 향방을 결정짓는 운명의 한 주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을 돌려 국내 정치 상황을 둘러 보면 심난하기만 하다. 우리 정치권만 보면 APEC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의원들 간에 욕설과 삿대질, 고성이 난무한다. 국감 중 국회에서 딸 결혼식을 하고, 국감장에서 기자를 퇴장시킨 국회 과방위원장의 행태 때문에 시끄럽다. 10·15 부동산 정책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다주택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특검 수사, 대법관 증원과 4심제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어지럽다. 손님들이 왔는데도 집안 싸움을 계속하는 격이다. 여야가 APEC 기간만이라도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 마침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정쟁 중단을 제안했지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정파를 떠나 국가를 위해 마음을 모을 필요가 있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