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봉준호, 2019)은 기택(송강호)의 반지하 집에서 시작한다. 아내 충숙(장혜진) 아들 기우(최우식) 딸 기정(박소담) 네 식구 모두 백수다. 길가보다 지반이 낮은 반지하는 창문 바로 옆으로 취객이 스쳐 가며 아무렇지 않게 소변을 보는 곳이다. 통신비조차 내기 힘들어 변기 위에 올라 다른 집 와이파이에 접속하는 장면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가난도 설움이지만 더 깊게 파고드는 건 지워지지 않는 생의 악취였다. 그들은 스스로 비참하다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된 습관처럼 몸에 밴 찌든 냄새가 있었다.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지되는, 익숙해져 버린 더러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죄를 사용할 기회가 온다. 기우의 친구가 교환학생으로 떠나며 고액 과외 자리를 맡긴 것이다. 대학에 합격하진 못했지만 네 번의 수능 경험으로 영어 과목 정도는 자신 있었다. 그래서 위조된 재학증명서를 들고 부잣집 문을 두드린다. 누이 기정은 기막힌 위조 솜씨를 발휘한다. 아버지 기택이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는 없나”라며 감탄하는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부심을 드러낸다. 기우 역시 부끄러움이라곤 없다. “아버지, 저는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 안 해요. 내년에 이 대학 갈 거거든요.”
이들에게 윤리는 없었다. 사기를 치고 거짓을 말하는 것에 흔들림이 없었다. 사기는 자연스러움이고 이미 길들여진 더러움이었다. 가정교사로 들어가자마자 기우는 고2 학생 다혜와 연애를 한다. 어리바리한 집주인 연교(조여정)를 속여 다송(정현준)의 미술치료 선생으로 기정을 추천한다. 기정은 들어오자마자 기존 운전기사를 교묘하게 모함하고, 그의 자리엔 아버지 기택이 앉는다. 그리고 기택은 이 집에 오랜 세월을 버텨온 가정부를 내쫓고, 자신의 아내 충숙을 들인다. 드디어 네 명 모두 입성한다. 그 집은 죄의 체취로 가득 찼다.
모두를 속이는 데 성공하지만 한 가지 속이지 못한 것도 바로 냄새다. 봉준호 감독은 그걸 ‘반지하 냄새’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실상은 감출 수 없는 죄의 냄새다. 연교와 다송은 그 냄새를 먼저 맡는다. 역겨워 코를 막는 냄새. 본인은 전혀 깨닫지 못하는 냄새. 탈취제를 뿌려도 사라지지 않는 냄새. 이미 정체성처럼 붙어버린 냄새였다.
오래가지 않아 모든 것이 드러난다. 사장 가족이 캠핑을 떠났던 날, 쫓겨났던 가정부가 찾아온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지하 벙커에 숨어 살던 남편의 존재가 드러난다. 그 과정에서 기택 가족의 사기가 모두 드러나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일이 벌어진다.
기택 가족과 가정부 부부 사이 죽고 죽이는 싸움이 지하 벙커에서만 벌어지다가 사장 부인 연교가 가든파티를 하고 있는 지상으로 튀어 오른다. 살육의 현장에 또 다른 냄새가 등장한다. 칼에 찔린 가정부 남편 몸에 깔린 자신의 자동차 키를 집어 들며 코를 막는 박 사장(이선균)의 몸에서 풍기는, 기택에게는 더 참기 힘든 다른 종류의 냄새. 겉으로는 아무에게도 피해를 준 적이 없을 것 같은 부자, 기택의 표현처럼 ‘착한 부자’, 가정부 남편이 거듭 외치는 것처럼 ‘리스펙트’(존경) 대상인 박 사장. 그런데 그 또한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오로지 자신과 자신 가족만 바라보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반지하에 갇힌 자의 냄새였다. 무슨 특별한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역겨운 냄새였던 것이다. 모두 죄와 더러움의 냄새였다.
어떤 의미에서 사람은 모두 냄새를 풍긴다. 크리스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요즘 교회와 신자들은 세상을 향해 어떤 냄새를 퍼뜨리고 있을까. 자꾸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일까. 바울은 크리스천이 풍기는 냄새를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고후 2:14) ‘생명에 이르는 냄새’(고후 2:16)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서 나는 냄새는 어떤가. 우리는 과연 생명의 향기를 풍기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죄의 체취를 흘리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 우리는 어떤 냄새로 세상을 만나고 있는가.
하정완 꿈이있는교회 목사